대만 휴대폰 제조업체 HTC의 순이익이 4분기 연속 줄어들었다. 삼성전자와 애플과의 기술 경쟁에서 밀리고 중국 ZTE 등 후발주자에 쫓기면서 시장점유율이 잠식당했기 때문이다. HTC가 핀란드 노키아, 캐나다 리서치인모션(RIM)처럼 몰락의 길을 걷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HTC의 올해 3분기 순익이 38억9000만 대만달러(약 1476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9% 감소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6년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4분기부터 4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순익이 줄었다. 올 3분기 순익은 시장 전망치인 44억3000만대만달러를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3분기 매출(702억대만달러)도 작년 3분기에 비해 48% 쪼그라들었다.

HTC의 실적 부진은 삼성전자 및 애플 스마트폰의 판매 호조와 ZTE 등 중국 후발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시장점유율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HTC는 작년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10.7%를 차지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점유율 24%로 1위를 하면서 안드로이드폰의 선두주자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하지만 올 2분기 HTC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8%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삼성전자(29.7%)와 애플(18.8%)의 점유율은 각각 2%포인트, 3%포인트 증가했다. 중국 ZTE는 시장점유율 5.2%를 차지하며 HTC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

HTC가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것은 기술 및 디자인 개발에 공을 들이지 않은 탓이라는 지적이다. 올 들어 HTC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OS)인 윈도폰을 탑재한 제품을 잇따라 내놨지만 성능과 디자인에서 삼성전자, 애플과 차별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작년 4분기에는 디스플레이, 내부 칩 등의 결함으로 미국 세관으로부터 통관을 거부당해 제품을 반값에 처분했다. 최근에는 디자인 도용 문제로 노키아와 갈등을 겪는 등 특허 분쟁도 벌이고 있다. 잇따른 위기로 HTC는 지난 7월 브라질과 한국사무소를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는 “HTC의 너무 빠른 성장이 오만을 불렀고 시장의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며 “HTC가 노키아와 RIM처럼 몰락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