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은행은 2010년 피해액이 4000억원대에 달하는 초유의 금융사고를 겪었다. 평판도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으로 치달았다.

하지만 지역민으로부터의 신뢰마저 추락해가는 위기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반전시켰다. 2011년 대출금과 수신이 모두 한 해 전보다 3조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는 과거 3년간의 누적 성과를 뛰어넘는 역대 최단기 기록이다.

위기 극복에는 2011년 부임한 박영빈 은행장의 공이 컸다는 평가다. 사실 경남은행의 핵심적인 약점은 일회성 금융사고가 아니었다. 2008~2010년의 글로벌 위기에 따른 금융시장 전체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내부 위기가 더 큰 문제였다. 건전성과 평판도 추락, 거액의 잠재 부실 추가 발생 가능성, 성장성·수익성 퇴보,무력감과패배의식 만연 등 문제가 산적했다.

박 행장은 부임 후 은행 안팎의 문제에 대한 냉정한 진단을 거쳐 전담조직을 구성, 정면으로 돌파해 나갔다. 지난해 총대출이 3조원 넘게 늘었다. 부실여신 관리 전담 태스크포스팀(TFT) 운영으로 건전성 비율도 개선됐다. 2011년 말 고정이하 여신 비율은 1.16%로 한 해 전의 1.44%에 비해 0.28%포인트 높아졌다. 우량등급 기업대출 비중이 2010년 말 56.3%, 2011년 말 61.3%로 높아지는 등 위기 때에도 견딜 수 있는 내구력이 강해졌다. 대출금의 82.4%를 지역 우량 중소기업에 지원해 지역은행의 역할을 다하면서 자산을 증가시킨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경남은행은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일상화한 ‘상시 위기시대’를 맞아 위기관리 능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지난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성장을 위한 동력 찾기에 전념하고 있다. 박 행장은 “자동차 경주는 커브길에서 승부가 난다. 준비되지 못한 조직은 커브길에서 속도를 줄여야 할 뿐이다. 경남은행은 앞으로 힘겨운 커브길에서 보란듯이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