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의 올해 경영전략은 ‘축기견초(築基堅礎)’다. 축기견초는 다산 정약용이 황해도 곡산부사로 재직할 때 정당(政堂) 건물을 신축하면서 한 말로 ‘집을 지을 때 터를 굳게 다지지 않기 때문에 단청이 채 마르기도 전에 주추가 먼저 내려앉는다’는 의미다. 시간이 걸린다 해도 기초를 잘 다져야 천년 이후에도 집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계속해서 “기업은행의 기틀을 다지는 태종 이방원이 되겠다”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될수록 타격이 큰 곳은 중소기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나빠진 경기 상황은 특히 올 하반기 들어 악화하는 양상이다.

기업은행도 이런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각종 비상경영 전략을 내놓고 있다. 위기 때 지원을 강화해야 중소기업이 위기 이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는 의미에서다.

중소기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기업은행이 택한 것은 대출금리 인하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7월과 9월, 두 번에 걸쳐 기존 대출금리 상한선을 인하한 데 이어 올해 1월 중소기업 대출 금리인하 특별 조치를 통해 최대 2%포인트의 금리를 내렸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9만3000여개에 이르는 거래 중소기업이 대출금리 감면 혜택을 받았다.

조 행장은 지난해부터 자신의 임기 내에 대출금리를 한 자릿수로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실제로 이를 위해 기업은행은 창립 기념일인 올해 8월1일부터 대출금리 상한선을 기존 연 12.0%에서 10.5%로 추가로 인하했다.

기업은행은 영업을 통해 얻은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우선 전통시장 상품권을 사용한 사회복지시설 후원, 외국인 근로자 치료비 지원 등 영세 상인과 중소기업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각종 차별을 폐지한 기업은행의 채용 문화도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이슈로 떠올랐던 특성화 고교생 채용은 금융권을 비롯해 전 산업계로 고졸 채용이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올해 채용에서는 2년제 대학 졸업자에 대한 의무 채용 비중을 만들기도 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