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에서 ‘다미세’를 모르면 간첩 취급을 받는다. 구자홍 LS그룹 회장이 그룹 행사에서 처음 건배사로 사용한 뒤 LS 직원들이라면 누구나 술잔을 기울일 때마다 “다미세”를 외치기 때문이다. ‘다함께 미래로 세계로’라는 뜻으로 구 회장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파트너십으로 ‘다함께’ 실천

구 회장은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을 중시한다. 그래서 틈만 나면 파트너십을 강조한다. 심지어 ‘LS파트너십’이란 단어를 보통명사처럼 만들었다.

LS파트너십은 존중과 배려, 신뢰를 강조하는 LS그룹의 경영철학으로, 주인의식을 가진 인재들이 열린 마음을 갖고 파트너와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구 회장은 그룹 차원의 계열사 간 교류, 사업 파트너들과의 교류 등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달 경기 안양시 LS타워에서 열린 ‘LS 티페어’에서도 “사별로 보유하고 있는 연구·개발(R&D) 역량이 시너지를 발휘하려면 그룹 차원의 교류가 있어야 한다”며 “글로벌 파트너들과의 상호 협력을 통해 사업과 기술 파트너십을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이종 사업과 기술 간 교류를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R&D 경쟁력을 높이는 활동이야말로 LS파트너십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LS그룹은 LS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2005년부터 계열사 R&D 성과를 보고하고 공유하는 LS 티페어를 열고 있다.

◆그린 통해 미래로

구 회장은 그룹 내에서 ‘R&D 전도사’로도 통한다. 매년 LS 티페어 행사장을 한 곳도 빠짐없이 둘러보며 연구원들에게서 신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격려한다. R&D의 가치를 전 임직원들에게 설파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올해는 “R&D를 강화하면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구 회장은 지난달 “글로벌 경기침체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R&D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며 “변화에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녹색 사업 육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월 임원세미나에서 “그린 비즈니스는 미래 사업인 동시에 반드시 해내야 할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린 비즈니스는 단순한 미래 먹거리가 아니라 사회와 국가, 인간의 삶에 기여하는 가치 있는 사업”이라며 “강한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의지와 역량을 이곳에 집중하자”고 독려했다. 또 “유럽 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가 불안해져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LS는 고무적인 사업 성과를 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시장과 기술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신사업 발굴을 위해 직접 발로 뛰고 있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미국 러시아 칠레 등을 방문한 데 이어 7월엔 베트남 출장길에 올랐다. 스마트 그리드, 전기자동차 부품, 신재생에너지 및 자원 개발 등에서 글로벌 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케이블 글로벌화 추진

LS는 해외사업 안정화와 추가 수익 창출을 통해 글로벌 경영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중국, 베트남, 인도, 러시아, 유럽 등을 잇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완성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주력 계열사인 LS전선과 LS산전을 통해 중남미와 중동, 아프리카 케이블 시장 공략에도 힘쓰고 있다.

LS전선은 지난 2월 미국 머큐리사에서 송전선 소재를 공급받아 기존 전선보다 15% 가벼운 가공 송전선을 연말까지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3월엔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시장 규격에 맞는 광산용 케이블을 개발, 현지 인증을 마쳤다. 2008년에 인수한 북미 최대 전선회사 수피리어에식스와 함께 교차 판매에도 집중하고 있다. LS산전은 작년 10월 이후 방글라데시 철도청이 발주한 철도 신호제어 사업을 모두 수주했다. 지난 8월엔 불가리아에 14.5㎿급 대단위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완료했다.

해외 시장 개척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4월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산업박람회 ‘하노버 메세 2012’에 참가해 스마트그리드, 전기자동차 부품 등을 전시했다. BMW코리아가 뮌헨에서 개최한 ‘한국 공급업체의 날’ 행사에도 참가, 전기차 솔루션 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