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은 선제적 투자와 브라질 진출로 글로벌 경기 침체 위기를 돌파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수년 동안의 선제적 투자로 국내에서 노후화된 비효율 설비는 과감히 폐쇄하면서 지속 성장이 가능한 일류 철강 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했다. 당진 인천 등에서 최신 공장 투자를 하면서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급화하는 한편 브라질에 고로 제철소를 건설해 세계적 철강 메이커로서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지난 6일 직원들과 함께 전라북도 덕유산 향적봉 산행을 하면서 세계적 경제불황을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을 주문했다. 그는 철강 업계의 상황에 대해 “저성장 체제가 고착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환경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변화와 혁신으로 불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매사 자신있게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동국제강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서 고로 제철소를 건설해 새로운 도약을 추진한다. 지난 7월 본격적인 건설에 착수한 브라질 제철소는 2015년 첫 쇳물을 생산하게 된다. 총 49억달러가 투입되는 이 제철소에서는 매년 300만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다.

브라질 제철소는 동국제강 임직원이 10년 이상 끈질기게 노력하고 있는 그룹의 숙원 사업이기도 하다. 2001년부터 진출을 준비했고 2008년 세계 최대 철광석 공급사인 브라질 발레와 고로 사업을 위한 합작사를 현지 설립했다. 고로 제철소에 30% 지분을 보유한 동국제강은 지난 6월 산업은행 등과 5000억원 규모의 신디케이티드론 계약을 맺고 자본 조달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8월에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철소 부대설비인 전용부두를 준공하고, 원료 컨베이어벨트를 가동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설비 발주가 시작된 상태다. 이제 제철소 부지(980만㎡)의 정지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고, 지난 7월 토목공사도 시작됐다. 장 회장은 쇠 말뚝을 박아 지반을 다지는 항타행사에서 “10여년 전 처음 브라질에 제철소를 건설해야겠다고 결심할 때 꾸었던 꿈이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브라질 제철소를 세계 최고의 제철소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동국제강은 2013년 상반기까지 제철소 토목공사를 완료한 후 2014년까지 구조물 공사, 기계 및 전기 설치작업, 관련 인프라 구축을 병행할 예정이다.

동국제강은 브라질 제철소 공장에 투자하면서 쇳물을 직접 조달하는 글로벌 철강사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브라질에서 직접 쇳물을 생산하고 한국에서 고부가가치 후판 등 고급 철강재를 공급하는 철강 벨트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브라질을 거점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남미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된다.

브라질 제철소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 공장의 설비 고도화도 마쳤다. 한발 앞서 노후 설비를 교체한 것이다. 동국제강은 지난 6월 인천제강소에서 새로운 철강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연간 120만의 철근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 공장에선 지름이 최대 57㎜에 달하는 초고장력 철근(SD800), 내진용 철근(KS D3688) 등 국내에서 사용되는 모든 규격의 철근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인천제강소의 사용 에너지를 절감하고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해 에코아크(Eco-Arc) 전기로라는 신개념의 전기로를 도입하기도 했다.

주력인 후판도 효율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노후 설비를 없애는 대신 최적화된 설비를 투자하기로 했다. 동국제강은 주력 공장인 연산 190만급 포항 2후판 공장과 2010년부터 가동에 돌입한 연산 150만급 당진 3후판 공장을 적극 가동, 고급강 중심의 후판 시장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제품 고급화를 위한 연구·개발에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후판 26종 등 31종의 신제품 및 신강종을 개발했고, 올해도 후판 24종 등 총 35종의 신강종을 선보였다. 조선용 차세대 후판인 고강도 TMCP(온라인 가속 열처리 후판)강, 고강도 열처리 후판, 라인파이프용 후판, 내진용 강재, 초고강도 구조강 등 고급 제품 중심으로 품목을 바꿨다.

동국제강의 TMCP강은 품질면에서 기존의 후판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강도를 높이면서도 두께는 줄여 높은 열과 압력에 견딜 수 있는 강종이다. 조선사들이 특수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앞다퉈 뛰어들면서 TMCP강이 한층 더 각광받을 전망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