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이 부동산을 담보로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위해 법원 경매를 신청했지만 회수하지 못한 금액이 올해 최소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경매정보 제공업체인 지지옥션은 올 1월부터 9월까지 저축은행이 경매를 신청한 전국 경매물건의 대출금 회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저축은행의 미회수금액이 3080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미회수금액(2330억원)보다 32.6%(75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분기별 미회수금액을 보면 1분기 854억원, 2분기 976억원, 3분기 1200억원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저축은행 중에서도 경영상태가 안 좋은 곳의 미회수금액 증가분이 컸다. 자본잠식 저축은행 10곳의 미회수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296억원)에 비해 72.6% 증가한 511억원에 달했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저축은행이 경매를 신청한 물건만을 조사한 수치여서 제1금융권이 경매 신청하고 저축은행이 후순위로 대출해준 경우는 빠져 있다”며 “실제 미회수금액은 3000억원을 웃돌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담보채권이 법원경매를 통해서도 회수되지 못해 무담보채권으로 전환되면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

사례를 보면 H저축은행은 서울 석관동 전용면적 135㎡ 두산아파트에 2006년 11월 4억1500만원, 2008년 10월 1억1000만원 등 총 5억2500만원을 대출했다. 채무자가 이자를 내지 않자 작년 12월 경매를 신청했다. 두 차례 유찰된 후에 감정가 5억5000만원의 70.5%인 3억8790만원에 낙찰됐다. H저축은행은 이자를 합친 채권청구액 6억7972만원 중 경매비용 596만원을 제외한 3억8193만원을 회수하는 데 그쳤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