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개월 만에 또 다시 금리 인하에 나선 것은 경기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실물 경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수출이 급감하고 내수마저 꽁꽁 얼어붙는 모습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올 연말이나 내년 초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단시일 내 경기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파른 경기 하강

한은이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 수정치를 보면 경기 하강 속도가 가파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올 경제성장률은 2.4%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7월 전망보다 0.6%포인트 떨어뜨린 것으로 지난해 12월 전망치와는 1.3%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대외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가계, 기업의 심리 위축으로 민간소비, 설비 및 건설투자 증가율을 하향 조정했다”며 “세계 교역 신장률 하락을 반영해 수출도 전년보다 1.8% 감소할 것으로 수정했다”고 말했다. 실제 8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광공업 생산(-0.7%)과 소매(-3.0%), 설비투자(-13.9%) 등 모든 지표들이 전월보다 감소했다. 지난달 수출은 456억6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8% 감소해 3개월 연속 뒷걸음질쳤다. 한은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도 전 분기와 비슷한 0.3% 성장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내년도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이 3.2%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2%대 초반의 성장을 기준으로 3%대 성장을 책정한 만큼 회복 강도가 높지 않을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를 발표하면서 “실보다 득이 많을 것”이라며 “성장세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번 금리 인하로 국내 경제성장률은 올해 0.02%포인트, 내년에 0.09%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은 금리 인하와 함께 총액한도대출 금리도 1.25%로 0.25%포인트 내렸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전무는 “취약 부문에 돈을 직접 공급하는 지원책까지 뽑아 든 것”이라며 “그만큼 다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징검다리 인하 이어질 듯

김 총재는 “이번 금리 인하는 경기부양정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라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장은 “시장이 예상한 대로”라며 “실물 경제 둔화가 뚜렷하고 확산되는 양상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뒷북 인하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한 이코노미스트는 “8~9월 지표가 악화된 것을 확인한 후에 내리는 것을 선제적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외국인 자금유입으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한은이 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진 상태였다.

이날 시중금리는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 상승으로 마감했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3%포인트 오른 2.74%를 기록했다. 김지연 하이투자증권 채권애널리스트는 “금통위가 다음달에도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낮은데다 12월은 대선까지 있어 연내 추가 인하 기대감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석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성장률을 3%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내려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이 최근 경제전망을 바꿀 때마다 금리를 조정했던 점을 감안할 때 다음 전망시점인 내년 1월을 추가 인하 시점으로 점치고 있다.

한편 한은은 현행 물가안정목표의 적용 기간이 올 연말로 끝남에 따라 내년부터 2015년까지 적용할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2.5~3.5%로 정했다. 현재 물가안정목표는 소비자물가지수 기준 3%±1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