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배임'의 정치, 재·보궐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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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haky@hankyung.com
지난 10년간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직 재·보궐선거에 쓴 비용만 1845억5000만원에 이른다는 국감 자료에 말문이 막힌다. 18대 국회(2008~2012) 임기 중 21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선 비용 등은 별도다. 18대 재·보선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출한 공식 선거비용은 233억원이라지만, 실제 투입된 돈은 그 뒤에 동그라미(0)가 하나 더 들어간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득표율 15%를 넘는 후보들은 1인당 선거비용으로 신고한 평균 1억8600만원씩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챙겨갔다. 5% 이상 득표한 후보들도 신고 선거비용 일부를 혈세로 보전받았다. 그게 다는 아니다. 상당수 후보들이 실제 선거운동비용으로 적어도 5억~10억원은 썼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쏟아지는 재·보선 남용방지 방안
이렇게 엄청난 비용을 좀먹는 재·보선이 또 한바탕 치러진다. 12월19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진행하기로 11일 현재 확정된 재·보선만도 서울시 교육감, 경상남도 지사, 인천 중구청장과 광주 동구청장 등 22곳에 이른다.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문재인 의원(부산 사상)의 국회직 사퇴도 예정된 수순이다.
이 중 곽노현 씨의 당선 무효로 치르게 된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에 300억여원, 김두관 전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의 사퇴로 인해 치러지는 경남 도지사 보궐선거에 100억여원의 지출이 각각 예상된다. 두 달 남짓 뒤의 재·보선에만 최소 500억원이 넘는 혈세를 또다시 쏟아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돈 먹는 하마’ 재·보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된 지 오래지만, 공론에 그치고 있다. 이완영 의원(새누리당)은 얼마 전 선출직 공직자의 중도사퇴로 재·보선이 발생할 경우 원인 제공자가 선거 비용을 물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18대 국회 때도 비슷한 법안이 제출됐지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다.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전문가들이 많다. 당사자가 비용을 부담할 재산이 없다고 버틸 경우 마땅한 징수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제 눈의 들보 외면하는 정치인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지방의원이 건강 등 불가피한 사유 없이 사퇴하거나 당선 무효로 물러날 경우, 재·보선을 치를 것 없이 애초 선거에서의 차점자가 자동 승계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중도사퇴자가 소속한 정당은 고스란히 ‘자리’를 내줘야 하는 만큼 공천 과정에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고, 당선된 사람이 함부로 자리를 내팽개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검토해볼 만하다. 유권자들의 추가 선택 기회를 제한하는 문제가 있겠지만, 얼마 전까지 선출직이었던 교육위원의 경우 궐원이 생기면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고 차순위 득표자에게 승계권을 줬던 전례가 있다. 일본도 국회의원 선거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중도사퇴자가 발생할 경우 재·보선 없이 차점자가 의원직을 승계하게 하는 ‘이월보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어떻든 빈발하는 재·보선을 없애기 위한 해결책을 정치권 스스로 내놓을 때가 됐다. 선거에 출마해서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하는 것은 주어진 임기 동안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한다. 어떤 이유로건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명백한 ‘배임’이다. 기업인의 경영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배임’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는 정치인들이 스스로의 배임에 대해선 입을 꽉 다물고 있다. 언제까지 두고만 볼 것인가.
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haky@hankyung.com
득표율 15%를 넘는 후보들은 1인당 선거비용으로 신고한 평균 1억8600만원씩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챙겨갔다. 5% 이상 득표한 후보들도 신고 선거비용 일부를 혈세로 보전받았다. 그게 다는 아니다. 상당수 후보들이 실제 선거운동비용으로 적어도 5억~10억원은 썼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쏟아지는 재·보선 남용방지 방안
이렇게 엄청난 비용을 좀먹는 재·보선이 또 한바탕 치러진다. 12월19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진행하기로 11일 현재 확정된 재·보선만도 서울시 교육감, 경상남도 지사, 인천 중구청장과 광주 동구청장 등 22곳에 이른다.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문재인 의원(부산 사상)의 국회직 사퇴도 예정된 수순이다.
이 중 곽노현 씨의 당선 무효로 치르게 된 서울시 교육감 재선거에 300억여원, 김두관 전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의 사퇴로 인해 치러지는 경남 도지사 보궐선거에 100억여원의 지출이 각각 예상된다. 두 달 남짓 뒤의 재·보선에만 최소 500억원이 넘는 혈세를 또다시 쏟아부어야 한다는 얘기다.
‘돈 먹는 하마’ 재·보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된 지 오래지만, 공론에 그치고 있다. 이완영 의원(새누리당)은 얼마 전 선출직 공직자의 중도사퇴로 재·보선이 발생할 경우 원인 제공자가 선거 비용을 물도록 하는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18대 국회 때도 비슷한 법안이 제출됐지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자동 폐기됐다.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는 전문가들이 많다. 당사자가 비용을 부담할 재산이 없다고 버틸 경우 마땅한 징수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제 눈의 들보 외면하는 정치인들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국회의원, 지방의원이 건강 등 불가피한 사유 없이 사퇴하거나 당선 무효로 물러날 경우, 재·보선을 치를 것 없이 애초 선거에서의 차점자가 자동 승계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중도사퇴자가 소속한 정당은 고스란히 ‘자리’를 내줘야 하는 만큼 공천 과정에서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고, 당선된 사람이 함부로 자리를 내팽개치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검토해볼 만하다. 유권자들의 추가 선택 기회를 제한하는 문제가 있겠지만, 얼마 전까지 선출직이었던 교육위원의 경우 궐원이 생기면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고 차순위 득표자에게 승계권을 줬던 전례가 있다. 일본도 국회의원 선거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중도사퇴자가 발생할 경우 재·보선 없이 차점자가 의원직을 승계하게 하는 ‘이월보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어떻든 빈발하는 재·보선을 없애기 위한 해결책을 정치권 스스로 내놓을 때가 됐다. 선거에 출마해서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하는 것은 주어진 임기 동안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하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한다. 어떤 이유로건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명백한 ‘배임’이다. 기업인의 경영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배임’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는 정치인들이 스스로의 배임에 대해선 입을 꽉 다물고 있다. 언제까지 두고만 볼 것인가.
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