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이익 나누자는 주장 못들어봐…대기업 견제, 정부 아닌 시장이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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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48주년 한경 특별기획 - 미국 5대 싱크탱크에 듣는다 (3) 헨리 올슨 미국기업연구소 부소장
美서 'IBM 때리기' 있었지만 정부 아닌 시장에서 무너져
지속적 성장만이 富 창출 분배는 성장 뒤에 따라가야
美서 'IBM 때리기' 있었지만 정부 아닌 시장에서 무너져
지속적 성장만이 富 창출 분배는 성장 뒤에 따라가야
“애플 이익을 떼내 다른 곳에 주자는 주장은 들어보지 못했다.”
헨리 올슨 미국기업연구소(AEI) 부소장(사진)은 한국에서 성장, 분배와 관련한 논란이 많다고 하자 “정부가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 대기업을 견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50년 전 모든 사람이 컴퓨터 제국의 ‘황제’로 불리던 IBM을 쪼개야 한다고 했지만 IBM은 결국 컴퓨터시장에서 경쟁업체들이 나타나자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복지에도 좋은 복지와 나쁜 복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DC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한국이 분배정책을 적극 쓸 때인가.
“5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소수를 제외하곤 모든 사람이 가난했다. 그러나 지금은 소수가 가난하고 대부분 잘살고 있지 않느냐. 성장 덕분이다. 한국이 20년 더 성장한다면 가난한 사람은 더 줄어들 것이다. 분배는 항상 성장 뒤에 따라가야 한다.”
▷무분별한 분배는 금물이라는 얘기인지.
“분명한 것은 지금 더 많이 분배할수록 나중에 더 적게 분배될 것이란 점이다. 분배에는 성장에 보탬이 되는 좋은 분배, 성장을 갉아먹는 나쁜 분배가 있다. 정부의 교육 관련 복지지출은 고도 지식사회에 필요한 생산인력을 창출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아주 좋은 분배다. 반면 ‘너는 가난하니 우리가 도와주겠다’는 식의 시혜적 분배는 성장에 해롭다. 일할 의욕을 떨어뜨리고 복지 프로그램에 의존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좋은 분배는 확대하고 나쁜 재분배는 막아야 한다.”
▷대기업은 정부가 견제해야 할 대상인가.
“정부가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 대기업을 견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대기업들이 혁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고 고용 창출도 어려워진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에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혁신이야말로 성장의 원동력이다. 미국에서 애플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들어본 적이 없다. 애플 이익을 떼내 다른 곳에 주자는 말도 듣지 못했다. 애플은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급하려는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기업이 그 지위를 이용, 제한적인 옵션을 통해 자사 제품을 사도록 강요하거나 새로운 시장 진입자들의 경쟁을 방해한다면 독점규제법으로 엄중하게 다스려야 한다. 애플은 삼성전자 블랙베리 등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미국에선 ‘대기업 때리기’가 없었는지.
“50년 전 IBM은 컴퓨터 제국의 ‘황제’였다. 그때 모든 사람이 IBM(의 시장 지배력)이 너무 크다며 쪼개야 한다고 외쳤다. 결국 IBM은 컴퓨터시장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유시장에 의해 무너졌다. 델, HP 등과 같은 경쟁자들이 더 좋은 제품을 더 싼 가격에 내놓으면서 경쟁에서 밀린 탓이었다. ‘너희들! 대기업이라고 우쭐하고 있지만 두고 봐라.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을 거야’라며 도전한 기업가정신에 의해 IBM이 무너진 것이다. 이것이 미국 자본주의의 본질이고 성장 비결이다. 대기업을 견제할 게 아니라 자유시장과 경쟁을 보장하고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를 깔아줘야 하는 게 정부 역할이다.”
▷오바마 정부는 ‘복지지출 기계’라고 비판받는다.
“정부 예산의 60%가량이 개인 복지 지출이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를 고려하면 앞으로 그 비중은 더 늘어난다. 정부는 약자층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고 퇴직연금, 의료보험 등 기본적인 복지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국방비 사회간접자본 교육 등에 대한 정부 지출도 지속해야 한다. 문제는 매년 1조달러 이상 재정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이 같은 복지 지출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 지출을 줄이고 재정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미국은 비상 상황이다.”
▷오바마는 중산층 복원을 위해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각종 실증조사를 보면 세율이 높을수록, 정부 지출이 많을수록 성장률이 낮다. 성장이 둔화되면 부가 감소할 뿐 아니라 일자리도 줄어든다. 유럽 국가들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 프로그램에 더욱 의존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큰 정부’는 필히 많은 세금을 요구하고 성장을 떨어뜨린다. 장기적으로 모든 사람이 가난해지게 된다. ”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정부 역할이 필요하지 않나.
“양극화는 성장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이보다 덜 빠른 속도로 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에 격차가 벌어진다. 성장을 통해 모든 사람의 소득이 늘어나면 격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 미국기업연구소는
워싱턴DC에 있는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작은 정부’와 ‘자유시장경제’를 주창하는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다. 헤리티지재단과 더불어 공화당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이 AEI 이사 출신이다. 헨리 올슨 부소장은 시카고대 로스쿨을 나온 뒤 맨해튼연구소의 도시혁신센터장을 거쳐 2006년 AEI에 합류했다. AEI 산하 국가정책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워싱턴포스트 논객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헨리 올슨 미국기업연구소(AEI) 부소장(사진)은 한국에서 성장, 분배와 관련한 논란이 많다고 하자 “정부가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 대기업을 견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50년 전 모든 사람이 컴퓨터 제국의 ‘황제’로 불리던 IBM을 쪼개야 한다고 했지만 IBM은 결국 컴퓨터시장에서 경쟁업체들이 나타나자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복지에도 좋은 복지와 나쁜 복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DC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한국이 분배정책을 적극 쓸 때인가.
“5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에서 소수를 제외하곤 모든 사람이 가난했다. 그러나 지금은 소수가 가난하고 대부분 잘살고 있지 않느냐. 성장 덕분이다. 한국이 20년 더 성장한다면 가난한 사람은 더 줄어들 것이다. 분배는 항상 성장 뒤에 따라가야 한다.”
▷무분별한 분배는 금물이라는 얘기인지.
“분명한 것은 지금 더 많이 분배할수록 나중에 더 적게 분배될 것이란 점이다. 분배에는 성장에 보탬이 되는 좋은 분배, 성장을 갉아먹는 나쁜 분배가 있다. 정부의 교육 관련 복지지출은 고도 지식사회에 필요한 생산인력을 창출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아주 좋은 분배다. 반면 ‘너는 가난하니 우리가 도와주겠다’는 식의 시혜적 분배는 성장에 해롭다. 일할 의욕을 떨어뜨리고 복지 프로그램에 의존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좋은 분배는 확대하고 나쁜 재분배는 막아야 한다.”
▷대기업은 정부가 견제해야 할 대상인가.
“정부가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 대기업을 견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대기업들이 혁신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고 고용 창출도 어려워진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에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혁신이야말로 성장의 원동력이다. 미국에서 애플을 견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들어본 적이 없다. 애플 이익을 떼내 다른 곳에 주자는 말도 듣지 못했다. 애플은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급하려는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기업이 그 지위를 이용, 제한적인 옵션을 통해 자사 제품을 사도록 강요하거나 새로운 시장 진입자들의 경쟁을 방해한다면 독점규제법으로 엄중하게 다스려야 한다. 애플은 삼성전자 블랙베리 등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미국에선 ‘대기업 때리기’가 없었는지.
“50년 전 IBM은 컴퓨터 제국의 ‘황제’였다. 그때 모든 사람이 IBM(의 시장 지배력)이 너무 크다며 쪼개야 한다고 외쳤다. 결국 IBM은 컴퓨터시장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부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유시장에 의해 무너졌다. 델, HP 등과 같은 경쟁자들이 더 좋은 제품을 더 싼 가격에 내놓으면서 경쟁에서 밀린 탓이었다. ‘너희들! 대기업이라고 우쭐하고 있지만 두고 봐라. 우리가 더 잘할 수 있을 거야’라며 도전한 기업가정신에 의해 IBM이 무너진 것이다. 이것이 미국 자본주의의 본질이고 성장 비결이다. 대기업을 견제할 게 아니라 자유시장과 경쟁을 보장하고 혁신이 일어날 수 있는 자리를 깔아줘야 하는 게 정부 역할이다.”
▷오바마 정부는 ‘복지지출 기계’라고 비판받는다.
“정부 예산의 60%가량이 개인 복지 지출이기 때문이다.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를 고려하면 앞으로 그 비중은 더 늘어난다. 정부는 약자층을 위해 사회안전망을 제공하고 퇴직연금, 의료보험 등 기본적인 복지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국방비 사회간접자본 교육 등에 대한 정부 지출도 지속해야 한다. 문제는 매년 1조달러 이상 재정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이 같은 복지 지출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 지출을 줄이고 재정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미국은 비상 상황이다.”
▷오바마는 중산층 복원을 위해 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각종 실증조사를 보면 세율이 높을수록, 정부 지출이 많을수록 성장률이 낮다. 성장이 둔화되면 부가 감소할 뿐 아니라 일자리도 줄어든다. 유럽 국가들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 프로그램에 더욱 의존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 ‘큰 정부’는 필히 많은 세금을 요구하고 성장을 떨어뜨린다. 장기적으로 모든 사람이 가난해지게 된다. ”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정부 역할이 필요하지 않나.
“양극화는 성장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이보다 덜 빠른 속도로 소득이 늘어나기 때문에 격차가 벌어진다. 성장을 통해 모든 사람의 소득이 늘어나면 격차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
■ 미국기업연구소는
워싱턴DC에 있는 미국기업연구소(AEI)는 ‘작은 정부’와 ‘자유시장경제’를 주창하는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다. 헤리티지재단과 더불어 공화당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이 AEI 이사 출신이다. 헨리 올슨 부소장은 시카고대 로스쿨을 나온 뒤 맨해튼연구소의 도시혁신센터장을 거쳐 2006년 AEI에 합류했다. AEI 산하 국가정책연구소장을 맡고 있으며 워싱턴포스트 논객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