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알 아문센과 로버트 스콧. 20세기 초, 한 달 간격으로 남극점을 밟은 두 탐험가의 운명은 정반대로 갈렸다. 아문센은 무사귀환의 눈부신 승리를 자축한 반면 스콧은 자신을 포함한 대원 모두를 죽음으로 이끈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성공과 실패는 경영 현장의 일상사이기도 하다. 같은 시대 환경에서 출발한 동일 업종의 어떤 기업은 크게 성공한 반면 경쟁 기업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성공하는 기업과 기업인의 조건은 무엇일까. DNA가 다른 것일까.

세계적 경영구루 짐 콜린스와 모튼 한센 UC버클리 교수가 대단한 성과를 낸 기업과 기업인의 특성을 분석했다. 2001년 펴낸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속편격인 《위대한 기업의 선택》이 그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설립 이후 2002년까지 큰 성과를 낸 7개 기업과 몰락한 비교 기업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성공의 비밀을 파헤친다. 큰 성과를 거뒀다고 해서 이름 지은 ‘10X 기업’과 비교 기업의 쌍은 사우스웨스트항공-퍼시픽사우스웨스트항공(PSA), 인텔-AMD, 암젠-제넨테크, 스트라이커-미국외과주식회사(USSC), 프로그래시브-세이프코, 바이오멧-커쉬너, 마이크로소프트-애플이다. 애플은 비교 시점인 1980~1990년 파산 직전까지 몰렸었다.

저자들은 이들 성공한 기업은 비교 기업과 다른 무엇을 공통으로 갖고 있는지 질문하며 오래 지속될 10X 기업과 10X 리더의 특성을 뽑아낸다. 그러면서 성공한 10X 리더는 세 가지 핵심 행동양식을 잘 혼합해 사용한다고 결론짓는다.

첫째는 ‘광적인 규율’이다. 10X 리더는 가치, 장기적 목표, 행동기준, 일처리 방식 등에 일관성을 보인다. 시시때때 불거지는 사건들에 과민반응하지 않고 자신이 추구하는 바에 초점을 맞춰 편집광적이며 고집스럽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실증적 창의성’. 10X 리더는 직접 관찰하고 실험하며 엄격한 규칙과 증거자료에 기반해 행동한다는 것이다. 세째는 ‘생산적 피해망상’. 10X 리더는 늘 닥쳐올 위기상황을 두려워한다. 상황이 나쁠 때는 물론 좋을 때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는다. 별다른 전조 없이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임으로써 위기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운(運)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10X 기업들은 비교 기업들보다 운이 더 좋아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게 아니라는 것이다. ‘운 수익률’ 즉 똑같이 찾아오는 행운을 낭비하지 않고 수익을 얻어내는 정도에 따라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