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한(恨)이라는 정서, 그리고 해결되지 않는 부당함과 억울함에 대한 저항이 한국의 법치주의를 키웠다고 봅니다.”

대법원 주최 ‘국제법률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헤럴드 고 미국 국무부 법률고문(58·한국명 고홍주)은 12일 서울 대법원 청사에서 기조연설에 이은 기자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제법 및 인권법 전문가인 고 고문은 미국 예일대 로스쿨 학장으로 재직하던 중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의 요청으로 법률고문직(차관보)을 맡았다. 그는 미국 국무부를 대표하는 변호사로 국제재판소에서 미국을 변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엔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 살해사건 등에 따른 중동 안보, 망명한 중국인 인권변호사 천광청 등에 대한 업무에 관여하기도 했다.

고 고문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고 이종욱 국제보건기구(WHO) 사무총장, 김용 세계은행 총재,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ICC) 소장, 권오곤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 재판관 등을 언급하며 “한국인 또는 한국계가 세계 인권문제 및 법치주의 확산을 위한 신념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거론한 뒤 “한류처럼 국제법 영역이나 인권 분야에서도 한국은 하나의 물결을 주도하고 있다”며 “한강의 기적이 한국의 경제를 키우고 한국의 기술 기적이 한국을 통신의 국제적 리더로 끌어올린 것처럼, 한국은 법률 차원에서도 기적을 거듭해 새로운 글로벌 리더들을 탄생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독도 영유권 이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결국 한국과 일본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부친 고광림 씨는 주미 한국대사관의 특명전권공사로 근무하던 중 ‘5·16 쿠데타’가 일어나자 “군부를 위해 일할 수 없다”며 그를 데리고 미국으로 망명했다. 그는 부친과 절친한 사이였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부친 사후에 만난 일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때로 꼽았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