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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르멘의 자유 영혼 노래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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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21일 예술의전당서 공연하는 국립오페라단의 '카르멘' 세 주역

    “사랑은 제 멋대로인 한 마리 새, 누구도 길들일 수 없어/스스로 다가오지 않는 한 불러봐도 소용없지/협박도 애원도 소용없는 일….”

    14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내 국립오페라단 연습실. 국립오페라단이 창단 50주년 기념 작품으로 오는 18~21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할 비제 오페라 ‘카르멘’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카르멘 역의 메조 소프라노 김선정 씨가 1막 아리아 ‘하바네라’를 부르자 연습실이 후끈 달아올랐다. 김씨가 연기하는 카르멘과 삼각관계인 호세 역의 테너 정호윤 씨, 에스카미요 역의 바리톤 정일헌 씨를 만났다.

    테너 정씨는 “누군가 하고 싶은 작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언제나 ‘카르멘’의 돈 호세 역할이라고 했었다”며 “국립오페라단이 호세 역을 처음 제안했을 때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다”고 말했다. 또 “남이 하는 걸 들을 땐 이렇게 부르기 어려운 작품인 줄 몰랐는데 불러보니 엄청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정씨는 세계 3대 오페라극장으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2006년부터 한국인 최초 전속가수로 활약하고 있다. 수많은 무대에 올랐지만 카르멘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수적이고 진지한 바스크 출신의 하사 돈 호세는 하바네라를 부르며 꽃을 던져준 카르멘에게 영혼을 빼앗긴다. 어머니 뜻대로 얌전하고 착한 고향 처녀 미카엘라와 결혼하려고 해도 카르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그때 담배공장 여공들끼리 싸움이 벌어지고, 카르멘이 폭행죄로 체포된다. 카르멘은 호송 책임을 맡은 호세를 스페인 춤곡 ‘세기디야’로 유혹해 함께 도주한다.

    실제인 것처럼 수갑을 차고 도망치는 장면을 연습하다보니 카르멘의 팔목은 새까맣게 멍이 들어있었다. 김씨는 “카르멘이 어려운 건, 처음 등장해서 죽을 때까지 무대 위에 계속 있어야 하는 점”이라며 “감정의 변화를 섬세하게 다 나타내야 해 동작 하나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극장에 불이 꺼졌을 때 ‘그 여자가 바로 카르멘이었어’라는 기억을 남기고 싶다”고 했다.

    돈 호세는 카르멘과 사랑에 빠지지만 살인을 저지르고마는 비극적인 캐릭터다. 테너 정씨는 “돈 호세가 카르멘을 죽이는 건 단순한 복수심과 증오 때문이 아니라 내 모든 걸 걸었던 여자가 떠나가는 것을 차마 못 보는 심정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카르멘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을 이끌어내는 배역은 투우사 에스카미요. 돈 호세로부터 카르멘을 빼앗는 정열적인 사람이자 비극적인 결말을 이끌어가는 역할이다. 바리톤 음역의 최저와 최고음을 넘나들며 부르는 아리아는 가장 큰 박수 갈채를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리톤 정씨는 “한국 무대는 처음이라 긴장되지만 아리아 한 곡으로 객석을 평정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유학한 뒤 2009년부터 독일 드레스덴 국립극장에서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스위스 카르멘 주역 선발 콩쿠르에서 1위로 에스카미요 역에 발탁됐던 그는 “대학 때부터 정말 하고 싶었던 역할”이라며 “노래가 늘 성에 차지 않았는데 오기로 연습한 결과 유럽에서 에스카미요 역을 맡을 수 있었다”고 했다.

    테너 정씨는 “요즘 사람들은 내면의 자유와 욕망을 억누르고 틀에 박힌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며 “돈 호세가 운명처럼 카르멘을 만나 자유를 향해 뛰쳐나가는 순간의 느낌을 즐겼으면 한다”고 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 오페라 카르멘은

    프로스페르 메리메(1803~1870) 소설 《카르멘》을 원작으로 한 3막2장의 오페라다. 19세기 스페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집시 카르멘의 자유로운 연애사를 비극으로 다룬다. 프랑스 작곡가 비제가 곡을 썼다.

    비제는 집시 카르멘의 사랑이야기를 스페인, 쿠바, 프랑스 3국의 이미지가 조화를 이루는 정열적인 음악으로 풀어냈다. 화려한 색채감의 오케스트라 선율과 이국적인 리듬감이 색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카르멘이 호세를 유혹하며 부르는 ‘하바네라-사랑은 들새와 같아’를 비롯해 ‘집시의 노래’ ‘투우사의 노래’, 호세가 카르멘에게 호소하듯 부르는 ‘꽃노래,’ ‘미카엘라의 아리아’ ‘카르멘과 호세의 이중창’ 등 주옥 같은 노래가 이어진다.

    이번 무대의 연출은 프랑스 메츠 메트로폴 오페라하우스의 예술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는 벨기에 연출가 폴 에밀 푸흐니가 맡았다. 그는 “자유로운 여성이지만 독립적이지 못한 카르멘, 확신에 넘치며 용기 있는 여인 미카엘라, 종교인이 될 운명이었으나 사랑에 눈이 멀어 추악한 범죄자가 되는 돈 호세 등 깊은 비극 속에서 인간의 내면을 연구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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