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연구자가 포함된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를 이용해 심근(심장벽의 근육)세포를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거짓으로 드러났다. 관련 뉴스를 처음 실었던 요미우리신문은 오보를 인정하고 사죄했다. 이 연구자의 과거 연구까지 의심받기 시작하면서 일본이 그동안 줄기세포 분야에서 쌓아온 성과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기극으로 드러난 연구 결과

'일본판 황우석 사태'…iPS세포 이식수술 거짓 드러나
요미우리신문은 14일 “iPS세포 이식수술 내용이 대부분 허위로 밝혀졌다”며 “지난 11일자 관련 기사에 대해 사죄한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11일자 조간 톱기사에서 일본인 연구자 모리구치 히사시(森口尙史·사진)가 포함된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이 iPS세포로 심근세포를 만들어 중증 심부전증 환자에게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수술은 iPS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한 세계 첫 사례로, 이식 수술을 받은 6명의 환자 가운데 올해 2월 수술받은 첫 환자는 퇴원해 8개월째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는 내용도 요미우리는 상세히 전했다. 이 기사는 iPS세포 연구의 권위자인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직후여서 국제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세계 주요 언론들도 이 사실을 앞다퉈 인용, 보도했다.

그러나 실제 수술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이 관련 기사가 나간 직후 보도내용을 부인하는 성명서를 내면서 이식수술의 신빙성이 의심받기 시작했다. 연구를 진행한 하버드대 측도 “모리구치와 관련한 어떤 연구도 승인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궁지에 몰린 모리구치 연구원은 결국 13일 미국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요미우리신문에 자신이 제보한 내용이 대부분 거짓말이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회견 도중에도 처음엔 “심근세포 이식수술 6건 가운데 5건은 앞으로 수술 예정이고, 나머지 한 건만 매사추세츠병원에서 실시했다”고 말했다가, 기자들의 추가 질문이 이어지자 “실제 수술은 매사추세츠병원이 아닌 보스턴 시내의 별도 장소에서 이뤄졌다”고 말을 바꾸는 등 횡설수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연구들도 거짓일까

'일본판 황우석 사태'…iPS세포 이식수술 거짓 드러나
일본 언론들이 모리구치 연구원의 연구를 통해 전 세계에 일본의 줄기세포 관련 기술을 알려왔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모리구치 연구원이 과거에 밝힌 연구 성과도 거짓일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가 일본 언론을 통해 발표한 줄기세포 관련 연구는 2006년 이후에만 5건이 넘는다.
요미우리는 모리구치 연구원의 iPS 관련 연구를 6번이나 보도했다. 2009년에는 쥐실험을 통해 간암세포의 90%를 정상으로 복원했다고 알렸고, 2010년 2월에는 간암세포에서 iPS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도 전했다. 2010년 5월엔 모리구치가 iPS세포를 사용해 C형 간염치료법을 개발했다고 보도했지만 공동 연구팀으로 거론된 도쿄의과치과대학 측은 지난 12일 이를 공식 부인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지난 7월 난소를 동결시켜 암을 치료한 후 임신에 성공한 연구성과를 곧 발표한다는 모리구치 연구원의 제보를 그대로 내보냈다.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관련 연구성과를 전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과거 기사의 신뢰성에 대해 전면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모리구치 연구원의 경력도 대부분 허위로 판명됐다. 모리구치는 현재 도쿄대학병원의 연구원이지만, 의사 자격은 없고 간호사 자격만 갖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버드대도 요미우리가 모리구치를 하버드대 객원연구원으로 보도한 데 대해 “1999년과 2000년에 걸쳐 1개월간 연구원으로 일한 것은 맞지만, 그 이후엔 그와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