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고용노동부에서 근무할 서정환 변호사(37). 그는 4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에서 잘나가던 책임연구원이었다. 당시 연봉은 연말 인센티브를 포함해 7000만원가량. 삼성전자에 입사하기 전에는 벤처기업에서 일해본 경험도 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온 그는 자신의 이공계 지식과 직장 경험에 법률적 소양을 덧붙인다면 특성화된 전문변호사가 될 수 있겠다 싶어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한양대 로스쿨에 입학했다. ‘고용노동부 월급 300만원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어차피 각오하고 왔다”며 “당장은 만족할 수 없지만 나 같은 커리어를 가진 변호사가 법률시장에 별로 없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경쟁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들의 취업영역이 갈수록 확대 추세다. 로펌이나 기업에 취업하지 않으면 개업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변화를 몰고온 주인공은 올해 처음 배출된 로스쿨 1기 변호사들이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4일 긴급 좌담회를 가졌다. 6개월 의무 연수기간이 끝나는 10월이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실업이 확산될 것이라는 ‘10월 취업대란설’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도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기존 법조인이 해왔던 일을 똑같이 하려고 했다면 로스쿨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임금 등 기존의 잣대로 로스쿨 변호사를 판단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우려했던 것보다 실업자 적어

14일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마감한 23개 로스쿨(서울대 중앙대가 제외)의 2013학년도 신입생 원서접수 결과 평균 경쟁률이 4.31 대 1로 나왔다. 역대 최저 수준으로 로스쿨이 출범한 2009년 6.84 대 1과 비교하면 크게 못 미친다. 변호사 인력시장 포화에 따른 취업난이 반영됐다는 분석이지만 로스쿨 변호사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지난 3월 졸업한 로스쿨 1기 출신의 실업 관련 정확한 통계는 아직 없다. 하지만 10%는 넘지 않을 것이란 게 대체적 분석이다. 건국대병원 첫 사내변호사로 지난 3월부터 일하고 있는 두호철 변호사에 따르면 40명 정원인 건국대 로스쿨의 경우 변호사시험에 31명이 합격했다. 국회 고용부 헌법재판소 등 공직에 4명, 로클럭(재판연구원) 4명, 로펌 7명, 기업에 11명이 취업했다. 1명은 일본으로 유학갔다. 곧장 개업한 사람도 1명 있다. 건국대에서 미취업자는 3명.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10% 수준이다. 이를 두고 취업대란 운운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 간담회 참석자들의 지적이다. 인하대 로스쿨 출신은 시험합격자 35명 중 1명을 빼고 모두 취업했다고 한다. 이 대학 로스쿨을 나온 정은주 변호사는 “인생의 방향을 어느 정도 설정하고 로스쿨에 들어왔기 때문에 다들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미취업자 1명도 하반기 기업 공채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양한 링(일자리) 만들어달라”

로스쿨 출신의 이색취업 사례가 아직은 많지 않다. 하지만 연수원 출신에 비해 다방면으로 진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황춘비 변호사가 6급 계약직(전문계약직 나급) 공무원으로 경기도청에 취업할 때 주변의 반대가 많았다. 연봉도 로스쿨에 들어가기 전 다니던 직장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황 변호사는 “행정법 등 관심 분야를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로스쿨대표자협의회 1기 회장인 조대진 변호사는 “로스쿨 응시인원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교과부가 반성해야 한다. 로스쿨 가면 망한다는 신호를 준다”며 “고용부와 법무부, 삼성처럼 정부나 기업이 나서 더 많은 링(일자리)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김병일/장성호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