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24·던롭스릭슨)가 미국 LPGA투어 사임다비LPGA말레이시아(총상금 190만달러)에서 역전승을 거뒀다.

박인비는 14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GC(파71·6246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15언더파 269타로 1~3라운드 선두였던 최나연(25·SK텔레콤)을 2타차로 제쳤다.

우승상금 28만5000달러를 받은 박인비는 시즌 상금랭킹 1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에비앙마스터스 우승에 이어 시즌 2승째이자 통산 3승째. 최근 3개 대회 연속 준우승의 설움을 씻었으며 지난 6월 웨그먼스LPGA챔피언십부터 10개 대회 연속 ‘톱10’ 진입 기록을 이어갔다. 2010년 창설된 이 대회는 초대 챔프 강지민에 이어 3년 연속 한국 선수들이 우승컵을 차지하는 인연을 이어갔다.

박인비는 “한 시즌에 2승을 거두기는 처음이다. 올 들어 볼 히팅이나 치핑, 퍼팅이 모두 나아졌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지난해 8월 약혼한 KPGA투어 프로 출신의 남기협(31)과 8개월간 스윙 교정을 했다. 박인비는 “릴리스하고 난 뒤 클럽이 어떤 길로 빠져나가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고 한다. 손연재와 박태환, 양학선 등의 멘탈 코치로 유명한 조수경 박사와 정기적인 면담을 통해 집중력을 키운 것도 큰 효험을 봤다. 여기에 타고난 퍼팅 감각이 곁들여져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올해 투어에서 ‘레귤러 온’을 한 뒤 퍼팅 수 1.73개로 1위이며, 18홀 평균 퍼팅 수도 28.25개로 1위다.

최종일은 박인비와 최나연의 매치플레이였다. 2타차로 뒤쫓던 박인비가 2, 3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자 최나연은 3, 5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응수했다. 후반 들어 박인비는 미 골프채널이 붙여준 닉네임 ‘조용한 암살자’처럼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왔다. 그는 10, 11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최나연과 첫 공동선두를 이룬 뒤 13, 14번홀 연속 버디로 순식간에 2타차로 달아났다. 17번홀(파3)에서 박인비는 보기를 범했으나 최나연은 더블보기를 기록하며 주저앉았다. 박인비는 마지막홀에서 보기를 했으나 우승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한국(계) 투어 통산 100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던 최나연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 17번홀 티샷이 모래에 박혔는데 도저히 칠 수 없는 상태였다. 인비가 너무 잘 쳤고 난 게임이 잘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소연(22·한화)이 합계 10언더파 274타로 5위에 올랐고 신지애(24)는 합계 1오버파로 공동 38위를 기록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