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주기가 길어지면서 ‘평생교육’이 화두로 자리잡고 있다. 국민 평균수명은 이미 80세를 넘어섰고 100세 시대도 머지않았다. 지식기반 사회 진전과 고용없는 성장 사회 도래, 급격한 고령화는 평생 한 직장에서 한우물 파기를 어렵게 만든다. 나이에 따라 일과 삶이 변화하는 ‘인생 4계(季), 100세 시대’는 준비하고 맞지 않으면 축복이 아닌 재앙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장수 리스크’는 이제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로 다가왔다. 100세를 산다고 가정하고 50세에 은퇴하면 50년을 놀고 먹어야 하는 시대다.

4050세대의 은퇴는 사회 전반의 급격한 변화를 가져온다.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 진입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한편으로는 평생학습 수요 증가에 따른 학습국가 도약과 시민사회 역할 증대라는 순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빠른 은퇴와 더 길게 사는 ‘인생 100세’ 시대에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 바로 평생학습이다. ‘인생 4계, 100세 시대’가 진전될수록 평생학습의 역할은 커진다. 평생학습이 더 이상 학령기 교육을 보충하는 소극적 차원이나 취미·교양·오락생활의 연결선 상에서 이해되던 시기는 지났다. 삶이 길어진 만큼 인생 2모작·3모작이 가능해진 시대에 꿈꾸는 시니어, 행복한 은퇴자를 만드는 것이 바로 평생학습이다.


고령 인력이 여성 인력에 이어 제3의 대체인력으로 부상하면서 은퇴자와 중·고령자 노동력을 높이기 위해 전 세계가 고민하고 있다. 덴마크 미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영국 등은 평생학습과 재취업, 사회봉사의 유기적인 시스템을 통해 ‘인생 4계, 100세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대학에서도 평생교육에 대해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지원하는 ‘대학 중심의 평생학습 활성화 사업’을 통해서다.

이 사업은 성인 학습자의 대학 진입이 용이하도록 대학 체제를 개편하는 것으로 2008년 시작됐다. 올해 지원 예산은 53억800만원. 사업계획에 따라 대학별로 8000만원에서 4억5000만원씩 차등 지원한다. 지원 대상은 모두 25개 대학이다. 사업 유형별로는 △선 취업·후 진학형 6개교 △4050세대 재도약형 14개교 △평생교육원 체제 개편형 5개교 등이다.

‘선 취업·후 진학형’은 재직자 직무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 교육이 이뤄진다. ‘4050세대 재도약형’은 제2의 학사학위 취득과 창업 특화형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사업 지원 기간은 3년이다. 1년 단위로 연차평가를 실시해 계속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평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지원금을 삭감하거나 중단할 수 있다.

교과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사업 선정 대학을 통해 △성인 입학자 비율 확대 △성인 맞춤형 특화교육 개발 △유연한 학사 운영 체제 △대학·기업·지역사회 간 연계 강화 등 성인 친화형 모델을 만들어 나갈 방침이다.

대학을 통한 평생학습 접근성이 늘어나면서 참여 성인 학습자 수도 증가하고 있다. 2010년 5146명에 머물던 학생 수는 지난해 8202명으로 늘었다. 피치 못할 문제로 젊은 시절 학업을 포기해야만 했던 사람들, 은퇴 후 일자리 옮겨 타기에 실패해 쉽게 정착하지 못한 4050세대 가장들, 가정을 위해 헌신적으로 삶을 바쳐온 주부들. 대학 중심의 평생학습 활성화 사업은 이들이 세상에 정착하는 통로가 돼 주고 있다.

선정 대학들의 평생교육 시스템은 학습자를 졸업시키는 데 머물지 않고 졸업생에 대한 사후관리까지 보장해준다. 대학 중심의 평생학습 활성화 사업이 지난 4년 동안 ‘실무인력 양성소’라고 평가받은 이유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