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기업에도 서울광장 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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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윤 IT모바일부장 hyunsy@hankyung.com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보다 숫자가 적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얼마 전 만난 지인이 한 말이다. 기계적으로 훨씬 복잡하고 부품도 많이 들어가는 자동차 회사 수가 스마트폰 메이커들보다 적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및 팬택, 미국의 애플과 모토로라, 캐나다 RIM(블랙베리), 유럽 노키아, 중국 화웨이와 ZTE, 대만 HTC 정도다.
IT 세계 시장은 하나
자동차는 소비자 취향이 제각각이어서 여러가지 모양이나 기능을 가진 제품이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다. 하지만 통신기기는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표준화된 방식을 따라야 한다. 스마트폰 메이커가 자동차회사보다 적은 이유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등에서도 이런 특성이 나타난다. 각종 문서와 프로그램을 공유해야 하는 컴퓨터 운영체제(OS)는 마이크로소프트(윈도)가 전 세계에서 수십년간 독점해왔다. 인터넷 검색 시장은 구글이 휘어잡고, 스마트폰 운영체제는 애플(iOS)과 구글(안드로이드)이 양분하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은 엄청난 보상을 받는다. 애플과 구글의 시가총액은 전통적인 대기업들을 이미 앞질렀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사업에서만 지난 3분기 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통합된 세계시장에서 선택받은 덕분이다.
이런 사실을 무시한 채 국내의 시각으로만 들여다보면 필연적으로 오류에 빠진다. 지난주 국회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스마트폰 가격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가폰 위주로 팔리는 국내 시장과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들이 팔리는 해외 시장을 단순비교해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스마트폰 가격을 2.5배나 높게 받고 있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내 소비자들을 ‘봉’으로 보고 있다는 프레임을 덮어씌우려는 시도다. 조금만 따져봐도 황당한 주장이다. 선두기업에 가격을 떨어뜨리라는 압박은 다른 기업들에는 죽으라는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굳이 비난해야 한다면 그 대상은 특정 제품으로 쏠리는 소비자들의 취향이지, 제품을 내놓는 기업들은 아니다.
성공한 기업에 박수를
세계 시장이 하나가 될수록, 소비자들의 선택이 한쪽으로 쏠릴수록 국내에서는 ‘양극화’로 비난받을 만한 현상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뜨거운 열풍이 불고 있는 K팝도 그런 사례다. 한국이라는 울타리에 머물러 있을 때는 최고 가수와 평범한 가수의 소득 격차가 10배라면, 세계시장으로 지평이 넓어지는 순간 그 격차는 100배, 1000배로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강남스타일’의 싸이는 여실히 보여줬다.
많은 한국인들과 기업들은 활동 무대를 세계로 넓혀가는데 정치권의 시각은 오히려 한국이라는 좁은 울타리로 함몰돼가는 것은 우리 시대의 아이러니다. 정치권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등 국내 이슈에 더욱 매달리고 있다. 이러다가는 ‘싸이가 국내 가요계의 빈부격차를 확대시키는 주범’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세계 무대로 진출한 싸이의 등장은 좋은 일이지만, 세계 시장에서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기업들을 양극화의 주범이라며 몰아붙이는 것은 명백한 이중 잣대다. 서울시장이 월드스타가 된 싸이에게 시청 앞 서울광장을 내주고 정치권이 날마다 말춤을 추는 것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플레이어로 떠오른 국내 기업인들에게 서울광장을 내주고 환호와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
현승윤 IT모바일부장 hyunsy@hankyung.com
IT 세계 시장은 하나
자동차는 소비자 취향이 제각각이어서 여러가지 모양이나 기능을 가진 제품이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다. 하지만 통신기기는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표준화된 방식을 따라야 한다. 스마트폰 메이커가 자동차회사보다 적은 이유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등에서도 이런 특성이 나타난다. 각종 문서와 프로그램을 공유해야 하는 컴퓨터 운영체제(OS)는 마이크로소프트(윈도)가 전 세계에서 수십년간 독점해왔다. 인터넷 검색 시장은 구글이 휘어잡고, 스마트폰 운영체제는 애플(iOS)과 구글(안드로이드)이 양분하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은 엄청난 보상을 받는다. 애플과 구글의 시가총액은 전통적인 대기업들을 이미 앞질렀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사업에서만 지난 3분기 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통합된 세계시장에서 선택받은 덕분이다.
이런 사실을 무시한 채 국내의 시각으로만 들여다보면 필연적으로 오류에 빠진다. 지난주 국회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스마트폰 가격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가폰 위주로 팔리는 국내 시장과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들이 팔리는 해외 시장을 단순비교해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스마트폰 가격을 2.5배나 높게 받고 있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국내 소비자들을 ‘봉’으로 보고 있다는 프레임을 덮어씌우려는 시도다. 조금만 따져봐도 황당한 주장이다. 선두기업에 가격을 떨어뜨리라는 압박은 다른 기업들에는 죽으라는 얘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굳이 비난해야 한다면 그 대상은 특정 제품으로 쏠리는 소비자들의 취향이지, 제품을 내놓는 기업들은 아니다.
성공한 기업에 박수를
세계 시장이 하나가 될수록, 소비자들의 선택이 한쪽으로 쏠릴수록 국내에서는 ‘양극화’로 비난받을 만한 현상이 더 많이 나타날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뜨거운 열풍이 불고 있는 K팝도 그런 사례다. 한국이라는 울타리에 머물러 있을 때는 최고 가수와 평범한 가수의 소득 격차가 10배라면, 세계시장으로 지평이 넓어지는 순간 그 격차는 100배, 1000배로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강남스타일’의 싸이는 여실히 보여줬다.
많은 한국인들과 기업들은 활동 무대를 세계로 넓혀가는데 정치권의 시각은 오히려 한국이라는 좁은 울타리로 함몰돼가는 것은 우리 시대의 아이러니다. 정치권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등 국내 이슈에 더욱 매달리고 있다. 이러다가는 ‘싸이가 국내 가요계의 빈부격차를 확대시키는 주범’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세계 무대로 진출한 싸이의 등장은 좋은 일이지만, 세계 시장에서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기업들을 양극화의 주범이라며 몰아붙이는 것은 명백한 이중 잣대다. 서울시장이 월드스타가 된 싸이에게 시청 앞 서울광장을 내주고 정치권이 날마다 말춤을 추는 것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플레이어로 떠오른 국내 기업인들에게 서울광장을 내주고 환호와 박수를 보내줘야 한다.
현승윤 IT모바일부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