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소형빌라 21명 응찰…빈자리 없는 법정
“취득세가 절반으로 낮아지자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관심이 경매시장으로 쏠리면서 입찰 참여자들이 이달 들어 부쩍 늘었어요.”

16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경매법정 앞에서 ‘경락대출’ 전단을 나눠주던 A씨는 “추석 전보다 경매법정을 찾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입찰에서는 두 차례 이상 떨어진 소형 주택에 입찰자가 몰렸다. 다만 중대형 주택이나 유찰 횟수가 한 번 정도인 집들은 매각가격이 높은 상태여서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청담동 빌라 경쟁률 21 대 1

서울중앙지법 경매 법정은 지난달 중순까지만해도 빈자리가 많았다. 그러나 이날 입찰에선 빈자리가 없었다. 의자에 앉지 못한 수십 명의 투자자들은 뒤쪽에서 세 시간 정도의 입찰과정을 선 채 지켜봤다. 지난달에는 응찰자가 적어 입찰이 낮 12시 이전에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날은 정오를 훌쩍 넘겼다. 직원과 함께 경매법정을 찾은 A운수업체의 한모 이사는 “두 달 전부터 회사에서 점찍어 둔 물건을 낙찰받기 위해 법원에 오고 있다”며 “경매 응찰자가 늘어 입찰가를 높여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매정보지를 나눠주던 B씨도 “경매학원 수강생들까지 몰리면서 경매장이 더 북적거렸다”고 전했다.

이날 응찰자들이 몰린 물건은 대부분 2회 이상 유찰돼 최저 응찰가격이 감정가격의 50~60% 수준대로 떨어진 중소형 주택이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물건은 청담동 빌라(52㎡)로 모두 21명이 응찰했다. 응찰자 수가 발표되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반지하 주택인데도 예상외로 많은 응찰자가 몰린 탓이다. 감정가격은 2억3000만원이었지만 최저입찰가격은 감정가격의 51%(1억1776만원) 수준이었다. 이 집은 감정가격의 71%(1억6226만원)를 써 낸 응찰자에게 돌아갔다. 그 다음으로 많은 응찰자가 몰린 물건은 돈암동 전용 84㎡형 아파트였다. 두 차례 유찰돼 감정가격(4억원)의 64%까지 떨어진 물건에 18명이 붙었고, 감정가격의 81%인 3억2348만원에 팔렸다. 뒤쪽에서는 “저값이면 중개업소에서 사는 게 낫겠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최저가격이 감정가격의 64%로 떨어진 신림동 쌍용아파트와 봉천동 우성아파트에도 각각 7명과 6명이 응찰했다. 유찰된 된 적이 없는 신규물건이나 중대형 주택엔 응찰자가 거의 없어서, 전체 66건 가운데 22건이 유찰됐다.

○경매시장 찾는 실수요자 늘어

경매참여자의 증가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1~15일) 들어 수도권 경매물건의 평균 응찰자 수는 4.1명으로 지난달(3.7명)에 비해 늘었다. 또 낙찰가격을 감정가격으로 나눈 ‘낙찰가율’도 지난달 67.5%에서 이달엔 69.7%로 뛰었다. 경매전문인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의 최광석 변호사는 “이왕이면 저렴하게 내집을 마련하려는 이들이 경매시장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득세 감면 여파로 투자자들이 늘고는 있지만, 경매시장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법무법인 열린의 정충진 변호사는 “오피스텔과 역세권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과 중소형 주택에만 응찰자가 몰리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분위기”라며 “일부 초보자들의 경우 분위기에 휩쓸린 탓에 급매가격보다 높은 값에 매입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견된다”고 말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최근 주택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서 낮은 응찰가격만 보고 섣불리 참여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며 입찰 참여 이전에 충분한 사전조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성근/이현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