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호 대표, 호주 캔버라시 건물 내·외장 공사 석권

맨주먹으로 시작해 연간 228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을 일군 20대 한상(韓商)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호주 캔버라시에서 건물 내·외장 공사 시공업체인 `케이피프로그룹'의 유진호(26) 대표. 그는 연간 2천만 호주달러(약 228억 원)를 벌어들이며 이 업계에서는 캔버라시 1위, 호주 전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16일 개막된 제11차 세계한상대회에 최연소 한상으로 참가한 유 대표는 17일 "아직 성공이라고 말하기에는 쑥스럽다"면서도 "근면과 성실로 노력한 결과가 이제 서서히 빛을 보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14세 때 가족과 함께 호주에 이민한 그는 아버지가 개척교회 목사로 봉직하면서 수입이 거의 없자 일찌감치 자립의 길을 걸었다.

빵 가게와 식당 일 보조, 클럽 경비원, 옷가게 점원 등을 하면서 고등학교 학비를 마련했고 캔버라대에 입학해서는 친구와 함께 페인트칠을 하는 사업을 했다.

"아침에 신선한 빵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새벽 2시부터 6시까지 일한 뒤 집에 돌아와 씻고 학교에 나가는 일을 반복했어요.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과 공부를 병행했죠.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 힘들어 할 겨를도 없었어요.

지금도 그저 열심히 뛸 뿐입니다.

"
대학 졸업 후 페인트칠을 하면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미장과 타일공사 등 내·외장 공사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호주는 한국처럼 아파트가 아니라 전부 단독 주택이라는 데 힌트를 얻은 것이다.

그러나 위기를 맞기도 했다.

6억 원 규모의 공사를 따내 일을 하다가 경험 부족으로 2억2천만 원의 손해를 봤다.

그는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일과 후 피자 배달 일을 하기도 했고 6개월간 밥과 김치만으로 버티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현재 케이피프로그룹은 캔버라의 대형 공사 현장에는 거의 빠지지 않을 정도로 참여하는 업체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공사를 완벽하게 마무리 짓는다'는 우리의 결의와 실행력이 결국 인정을 받은 결과예요.

`믿을 수 있는 회사'라고 알려진 것이죠. 그러다 보니 호주 사람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전쟁기념관 확장공사에도 참여하게 됐어요.

"
케이피프로그룹에는 한국계를 비롯해 동양계와 백인 등 15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소수민족으로서 차별을 받았던 유 대표는 인종 구분없이 실력으로 직원을 뽑고 있다.

올해 3천 가구의 내부 마감재 공사를 맡은 이 회사는 주방가구, 침실가구, 붙박이장 등을 한국산으로 사용해 고객으로부터 인기를 얻자 아예 한국지사까지 설립했다.

"앞으로 금융업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한국 이민자를 비롯해 동양계가 호주사회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 이유가 신용대출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제2 금융회사를 설립해 이들을 돕고 싶습니다.

"




(서울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wakar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