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7년 실험…'개혁 전사' vs '불통 리더'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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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Story 서남표 KAIST 총장 "내년 3월 사퇴…오명 이사장도 퇴진해야"
교수 40명 재임용 탈락…전과목 수업 영어로 진행
차등 수업료 등 내부 반발…학생 잇단 자살로 '얼룩'
교수 40명 재임용 탈락…전과목 수업 영어로 진행
차등 수업료 등 내부 반발…학생 잇단 자살로 '얼룩'
“이 자리가 국민들과 공식적으로 대면하는 마지막 자리가 될 것 같습니다. 신학기부터 후임 총장이 학교를 이끌 수 있도록 내년 3월 정기 이사회를 끝으로 저의 임기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한때 ‘대학개혁의 전도사’로 불리던 서남표 KAIST 총장이 17일 서울 수송동 서머셋팰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간 그를 해임하려는 이사회에 맞서왔던 입장을 바꿔 차기 정부와 효율적으로 협력할 후임 총장이 나올 수 있도록 신학기에 맞춰 물러나겠다고 자진 사퇴의사를 표명한 것. 임기(2014년 7월까지)를 마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는 모양새다. 그는 2년 만에 물러난 전임 로버트 러플린 박사의 전철을 밟게 됐다. 2006년 7월 부임한 서 총장은 대학가의 금기(禁忌)였던 교수 정년제도를 손질하고,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등 개혁을 추진했으나 2010년 연임 전후 “소통 없이 일방적 경영을 고집한다”는 학내 반발에 부딪히면서 뒤뚱거리기 시작했다.
◆대학개혁 영웅·독불장군 엇갈려
“KAIST를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왔다.” 서 총장의 취임 일성이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탠퍼드대 등과 어깨를 견주는 글로벌 ‘톱10’ 대학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도 걸었다. 등록금 전액을 주던 제도를 바꿔 학점 기준에 모자라면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差等)해 물리기 시작했고 전 과목 수업을 영어로 진행했다. 교수 평가를 강화해 40명을 탈락시켰고 성적뿐만 아니라 개인의 창의력 등을 종합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를 국내 첫 도입했다.
올해 영국 QS의 세계대학평가에서 KAIST는 1971년 개교 이래 최고인 63위에 올랐다. 과학기술 및 공학 분야에서는 세계 24위에 오르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미국식 성과주의를 강조하는 ‘서남표 스타일’의 개혁 드라이브는 내부 반발을 불러왔다. 지난해 초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일방통행식 개혁이 초래한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소통 부재’ ‘독선적 리더십’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오명 이사장 동반 퇴진 요구
서 총장은 이날 퇴임을 발표하면서 오명 KAIST 이사장의 동반 퇴진을 요구했다. 서 총장의 이런 요구는 2010년 오 이사장이 부임한 이후 이어진 악연 탓이다. 오 이사장은 부임하자마자 지속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는 게 서 총장 측의 주장이다. 지난 7월 서 총장 계약해지 안건을 다룰 예정이던 임시이사회를 앞두고 양측이 원만한 해결을 위해 합의한 내용까지도 지키지 않는 등 학교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것. 그는 “지난 2년간 오 이사장의 유일하고 특별한 목적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임된 현직 총장을 내쫓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 이사장 측은 서 총장이 7월 약속한 퇴임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며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번 자진사퇴 발표도 내년 3월까지 버티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KAIST 이사회는 오는 25일 임시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
한때 ‘대학개혁의 전도사’로 불리던 서남표 KAIST 총장이 17일 서울 수송동 서머셋팰리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진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간 그를 해임하려는 이사회에 맞서왔던 입장을 바꿔 차기 정부와 효율적으로 협력할 후임 총장이 나올 수 있도록 신학기에 맞춰 물러나겠다고 자진 사퇴의사를 표명한 것. 임기(2014년 7월까지)를 마치지 못하고 불명예 퇴진하는 모양새다. 그는 2년 만에 물러난 전임 로버트 러플린 박사의 전철을 밟게 됐다. 2006년 7월 부임한 서 총장은 대학가의 금기(禁忌)였던 교수 정년제도를 손질하고,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는 등 개혁을 추진했으나 2010년 연임 전후 “소통 없이 일방적 경영을 고집한다”는 학내 반발에 부딪히면서 뒤뚱거리기 시작했다.
◆대학개혁 영웅·독불장군 엇갈려
“KAIST를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왔다.” 서 총장의 취임 일성이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탠퍼드대 등과 어깨를 견주는 글로벌 ‘톱10’ 대학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도 걸었다. 등록금 전액을 주던 제도를 바꿔 학점 기준에 모자라면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차등(差等)해 물리기 시작했고 전 과목 수업을 영어로 진행했다. 교수 평가를 강화해 40명을 탈락시켰고 성적뿐만 아니라 개인의 창의력 등을 종합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는 입학사정관제를 국내 첫 도입했다.
올해 영국 QS의 세계대학평가에서 KAIST는 1971년 개교 이래 최고인 63위에 올랐다. 과학기술 및 공학 분야에서는 세계 24위에 오르는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미국식 성과주의를 강조하는 ‘서남표 스타일’의 개혁 드라이브는 내부 반발을 불러왔다. 지난해 초 학생 4명과 교수 1명이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일방통행식 개혁이 초래한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소통 부재’ ‘독선적 리더십’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오명 이사장 동반 퇴진 요구
서 총장은 이날 퇴임을 발표하면서 오명 KAIST 이사장의 동반 퇴진을 요구했다. 서 총장의 이런 요구는 2010년 오 이사장이 부임한 이후 이어진 악연 탓이다. 오 이사장은 부임하자마자 지속적으로 사퇴를 요구했다는 게 서 총장 측의 주장이다. 지난 7월 서 총장 계약해지 안건을 다룰 예정이던 임시이사회를 앞두고 양측이 원만한 해결을 위해 합의한 내용까지도 지키지 않는 등 학교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것. 그는 “지난 2년간 오 이사장의 유일하고 특별한 목적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선임된 현직 총장을 내쫓는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오 이사장 측은 서 총장이 7월 약속한 퇴임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며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번 자진사퇴 발표도 내년 3월까지 버티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KAIST 이사회는 오는 25일 임시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