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중인 금호타이어의 해외법인 채무 상환 유예를 추진한다. 5000억원 규모다. 중국과 홍콩, 베트남에 있는 해외법인 5곳의 유동성이 악화돼 자체적으로 빚을 갚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다.

금호타이어 해외법인 채권금융회사협의회는 17일 긴급 회의를 갖고 다음달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한국계 채권은행 차입급 잔액 4억9000만달러(약 5500억원)에 대한 상환을 2014년 말까지 미뤄주는 방안을 논의했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이 같은 방안을 확정해 18일 부의 안건으로 올리고 다음주까지 서면 결의를 받을 예정이다.

채권단이 올 연말부터 돌아오는 채무 상환 만기를 다급하게 연장하고 나선 이유는 금호타이어 해외법인의 경영난 탓이다. 채권단은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은 대규모 신증설과 경기 침체 여파로 금호타이어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해외법인이 영업이익을 내 올 연말부터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을 스스로 갚기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회계법인 실사 결과 채무 재조정을 하지 않을 경우 2014년 말까지 약 68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는 이와 함께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빌린 해외법인 차입금 3500억원 중 2000억원에 대한 상환 역시 연장하고 나머지만 순차적으로 갚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금호타이어 해외법인의 생산능력은 회사 전체의 약 5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이번 채무 상환 유예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본사의 생산 및 판매 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해외법인 채무의 80%가량에 대해 본사가 지급보증을 선 상태여서 연쇄 채무 불이행 사태까지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채무 상환 유예가 금호타이어에 절실한 이유다.

관건은 채권액 비중이 산은 다음으로 큰 우리은행의 찬성 여부다. 우리은행은 금호타이어 해외법인 채권단뿐만 아니라 본사 채권단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산은은 본사 채권단이 이미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등의 노력을 한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해외법인 채권단만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최근 금호산업 지원 문제를 놓고 산은과 계속 갈등을 빚어온 터라 이번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이견을 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만 사안의 중대성을 놓고 볼 때 금호타이어와 채권단이 모두 큰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은행이 채무 상환 유예에 찬성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채권단은 2010년 금호타이어 워크아웃을 추진하면서 본사에 대한 채무 상환을 2014년 말까지 미뤄줬다. 이후 본사를 대상으로 4597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하고 1조원에 달하는 신규 자금을 투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