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과 SK마케팅앤컴퍼니가 전국 2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한민국 20대 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그래도 희망을 가져도 좋을 것 같다. 이념 편향성이 뚜렷한 30~40대와 달리 20대 젊은이들이 이념을 편식하지 않고, 그릇된 기업관에 함몰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대기업 이미지를 묻는 질문(2개 응답)에 ‘빠른 경제성장에 기여했다’(47.4%)와 ‘국가 브랜드를 높이는 주역’(38.9%)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물론 ‘오너일가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이용’(33.6%), ‘이익을 위해서라면 탈법도 감수’(27.8%) 같은 부정적 응답도 적지 않았다. 대기업의 탈법 행위는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대기업의 공로와 역할을 인정할 줄 아는 세대인 셈이다.

정치권에선 대개 20대가 분배와 경제민주화에 무조건 찬동할 것으로 여긴다. 하지만 설문결과를 보면 20대가 결코 맹목적이지 않다. 중시하는 경제가치로 분배(48.7%)보다 성장(51.3%)을 더 많이 꼽았고, 필요한 사람만 지원하는 선택적 복지(53.7%)를 보편적 복지(46.3%)보다 우선했다. 경제민주화 이슈 중 중소기업 적합업종, 부자 증세 등은 70% 이상 찬성률을 보였지만 대형마트·SSM 영업규제에 대해선 찬성(45.5%) 못지않게 반대(38.0%)도 많았다. 세간의 예상과는 차이가 크다.

20대는 진영논리에 따라 어느 한 쪽으로 무작정 쏠리지 않는다. 성장 과정에서 천안함 피폭, 연평도 포격, 북한 3대세습 등을 목격한 세대다. 그렇기에 부모 세대가 놀랄 정도로 뚜렷한 안보관을 가졌고 시대착오적인 종북에 휩쓸리지도 않는다. 전두환 폭압정권의 반작용인 386세대나, 전교조 이념교육에 포획된 3040에서 좌파 논리가 득세하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건전한 20대가 있기에 대한민국의 미래는 기대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