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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사라진 명화(名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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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1990년 3월 경찰 복장의 남자 2명이 미국 보스턴 이사벨라 스튜어트 가더드 박물관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이들은 경비원을 제압하고 입에 재갈을 물렸다. 그리고 램브란트의 그림 3점, 드가의 스케치 등 13점을 들고 달아났다. 1998년 5월엔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거짓말 같은 도난사건이 발생했다. 관람객으로 붐비던 시간이었는데도 범인은 인상파 화가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의 유화 ‘세브르의 길’을 캔버스째 오려낸 후 연기처럼 사라졌다. 루브르 측이 첨단 도난방지 장치를 가동해 더 이상 도난은 없을 것이라고 호언한 직후였다.

    세계 도난 미술품 시장 규모는 연 40억~60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최근엔 대형 박물관이나 미술관보다는 주로 개인 컬렉션을 노린다. 오랜 역사를 가진 교회의 미술품을 대상으로 하는 범행도 늘고 있다. 이들 미술품은 대개 국제 도난품으로 등록되는 만큼 경매 등을 통한 공식 매매는 불가능하게 된다. 개인 소장자에게 은밀히 팔리거나 오랜 기간 잠복할 공산이 크다. 2007년엔 미국 화가 노먼 로크웰의 그림 ‘러시아의 교실’이 도난당한 지 33년 만에 영화제작자 겸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집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스필버그는 장물인 줄 까맣게 모른 채 합법적 딜러를 통해 구입했다고 한다.

    그림 도둑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파블로 피카소다. 영국의 ‘도난 미술품 등록부’에 따르면 올해 초 기준 도둑맞았거나 진위가 의심되는 작품은 피카소가 1140여점으로 단연 많았고 미국 현대미술가 닉 로렌스(557점), 마르크 샤갈(516점), 네덜란드 화가 겸 조각가 카렐 아펠(505점), 살바도르 달리(504점) 등이 뒤를 이었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쿤스트할 박물관이 근·현대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그림 7점을 도난당했다. 피카소 ‘광대의 얼굴’을 비롯 클로드 모네 ‘런던의 워털루 다리’, 앙리 마티스 ‘글 읽는 여인’, 폴 고갱 ‘창문 앞의 여인’ 등으로 가격이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범인들은 새벽 3시쯤 침입해 150여점 가운데 고가의 그림만 감쪽같이 훔쳐갔단다.

    도난 작품이 주인 품에 되돌아올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 점조직으로 비밀 거래되는 데다 국경을 넘나들며 여러차례 ‘세탁’을 거치는 탓이다. 암시장에서 처분할 경우엔 감정가의 10% 안팎에 거래된다고 한다. 일단 잃어버리면 아무리 명화라도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경계와 방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경우야 좀 다르지만 우리도 경계소홀로 동부전선과 정부종합청사가 맥없이 뚫린 후유증을 톡톡히 겪고 있지 않은가.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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