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북도에 사는 A씨(29)는 지난해 경북 경주와 충북 청원, 경기 평택 등 3곳에 주유소를 열었다. 그는 자료 없이 가짜 석유를 매입해 일반인에게 주변 시세보다 싸게 휘발유를 판매했다. 싸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유소에 손님이 몰렸다.

매출이 증가하자 A씨는 원가를 맞추기 위해 소위 ‘폭탄 업체’로 불리는 자료상으로부터 117억원어치의 거짓 세금계산서를 매입해 해당 세무서에 매입세액(부가가치세) 공제를 신청했다. 지난해는 무사히 넘어갔지만 올 들어 국세청이 ‘전자세금계산서 조기경보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덜미가 잡혔다.

국세청은 이 시스템을 통해 전자세금계산서 발급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다 A씨가 운영하는 주유소들이 매입자료 없이 매출만 발생시키는 것을 포착, 조사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충북 제천에 사는 석유유통업체 대표 B씨(32)도 찾아냈다. 조사 결과 B씨는 동일한 수법으로 전국 주유소 50곳에 모두 1207억원어치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올 들어 전자세금계산서 조기경보 시스템을 통해 총 5조349억원어치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적발했다. 검찰에 고발한 인원은 288명, 추징액만 3736억원에 달했다. 고철업자(138명), 유류업자(34명), 귀금속업자(8명) 등이 많았다. 고물상에서 고철 등을 무자료로 수집한 뒤 자료상으로부터 190억원어치의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받고 이를 12개 도매상에 재발급한 고철 수집업체 대표 C씨도 적발됐다.

전자세금계산서 조기경보 시스템은 개업 후 1년 내 폐업한 사람 가운데 고액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한 자, 매출·매입 불균형자, 전자세금계산서 거래 비율이 낮은 자 등을 대상으로 신고 전 조기 경보와 신고 후 조기 검증을 동시에 진행한다.

신수원 국세청 전자세원과장은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세금계산서 불법 발급자 등을 조기 색출하고 이들로부터 거짓 세금계산서를 받은 사업자에 대해 세금 추징과 범칙 처분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