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ㆍ최재경 전ㆍ현직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충돌했다.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위원장(전 대검 중수부장)이 “대통령 친인척과 권력형 비리를 관리 감독하는 특별감찰관제를 두되 이를 상설특검제로 연계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히자 후배이자 현직인 최 중수부장이 “검찰 문 닫으라는 얘기냐”며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최 중수부장은 17일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 안 위원장의 ‘특별감찰관제-상설특검제 연계방안’에 대해 ‘쇼킹하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검찰(중수부)을 무력화ㆍ형해화하려는 시도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낭비적ㆍ비합리적 제도가 될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상설특검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특별감찰관제와 연계시키면 검찰이 완전히 배제되면서 ‘제2의 검찰’을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중수부가 남아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대통령 친인척이나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없게 돼 오히려 중수부 수사로부터 권력자들을 비호해 주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쏘아붙였다.

이날 발언의 배경과 관련, 최 부장은 ‘중수부장 명의의 입장발표’라고 선을 그었지만 한상대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전체의 안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대변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검 중수부장에 이어 부산고검장까지 지내 ‘친정’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안 위원장이 정치권에 뛰어든 뒤 검찰을 개혁 대상으로 계속 몰아붙이는 데 대한 서운함을 최 부장이 이날 한꺼번에 쏟아냈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최근 대통령 친인척 및 권력실세 비리와 부패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조사권과 고발권이 있는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상설특검과 연계해 특별감찰관이 첩보수집과 내사로 범죄를 인지한 뒤 검찰이 아닌 상시 특검에 내려보내 수사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검찰 특히, 대검 중수부 업무와 상당 부분 중복돼 결국 핵심 사건수사에서 중수부가 배제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게 검찰 측 판단이다.

안 위원장은 또 “경찰은 차관급이 경찰청장 1명인데 검찰(검사장급)은 55명이나 된다” “몇몇 사건을 보면 제가 봐도 납득 못하는 게 있다”는 말로 검찰 속을 긁어놓기도 했다.

안-최 전·현직 중수부장은 개인적으로는 가까운 사이다. 안 위원장은 사석에서 최 부장을 ‘가장 좋아하는 후배’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함께 수사도 했다. 2000년 안 위원장이 대구지검 1차장으로 근무할 때 최 부장은 특수부 부부장으로 있으면서 손발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 게다가 최 부장이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과묵한 스타일로 잘 알려진 점에서 이날 그의 발언의 무게는 한층 더했다.

최 부장은 발언에 앞서 “중수부가 지고의 선은 아니며 검찰도 100가지를 다 잘했다고 할 수 없다”는 전제를 깔았지만 법조계 주변의 반응은 비판적 시각이 많았다. 대검 중수부 폐지론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개혁방안은 뒷전이고 ‘웬 집안싸움’이냐는 지적이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