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17일 오후 3시45분


“최근 동북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일, 중·일 간 영토 분쟁은 세계 상품 공급 채널을 뒤흔들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

‘닥터 둠’(Dr. Doom·경제 비관론자)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한·일 및 중·일 간 영토 분쟁의 악영향에 대해 경고하고 나섰다. 17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에서 열린 ‘스카이브리지 헤지펀드 콘퍼런스(SALT)’에서다.

◆동북아 정세, 내년 세계 경제의 ‘테러리스트’

루비니 교수는 내년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할 ‘5대 테러리스트’로 △유로존 재정위기 △미국 재정적자 △중국 지도부 교체에 따른 변화 △브라질 러시아 등 개발도상국의 시장 친화적이지 못한 정책과 함께 동북아시아의 영토 분쟁을 꼽았다.

일본이 영토 분쟁을 계기로 글로벌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이전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경우 ‘세계의 공장’인 중국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일본에 대한 경제 보복에 나서면 일본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은 사실상 경제 보복 수순을 밟고 있다”며 “중국과 일본은 세계 2, 3위 경제대국이며 한국도 글로벌 경제의 핵심 역할을 하는 국가인 만큼 동북아 정세가 얼어붙으면 그 여파는 동북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루비니 교수는 중국 경제에 대해 “수출과 투자가 감소하고 있는 데다 내수도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라며 “2013년 하반기나 2014년께 경착륙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리스와 스페인에 대해서는 각각 “유로존을 떠날 확률이 50% 이상” “지급 불능 상황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통화절하, 글로벌 무역전쟁으로 확전 가능성

루비니 교수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각국이 펼치는 통화가치 절하 움직임이 향후 글로벌 무역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주요국이 내수 활성화를 위해 자국 통화 가치가 평가절하되길 원하고 있다”며 “통화 전쟁이 무역 전쟁으로 확산돼 세계 경제에 파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리처드 쿠 일본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도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는데도 가계 저축률이 높아지는 등 글로벌 경제가 1990년대 일본이 겪었던 ‘잃어버린 10년’을 재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원화에 투자하라”

참석자들은 세계 경제를 침체의 늪에서 구원해줄 돌파구로 아시아를 꼽았다. 키쇼어 마부바니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미국과 유럽이 어렵다고 아시아 경제가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매년 5억명 이상이 새롭게 중산층으로 편입되고 있는 아시아의 중장기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아시아는 향후 글로벌 기업들의 최고 투자지역으로 떠오를 것으로도 전망됐다. 아시아 각국의 재정 및 통화정책 방향을 주시하는 가운데 아시아 유망 자산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대니 용 다이먼 아시아캐피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선진국 간에 통화 전쟁이 벌이지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향후 6개월간 상승할 것”이라며 “통화 전쟁에 대비해 한국 원화와 인도 루피화, 싱가포르 달러 등 아시아 국가 통화에 투자할 만하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