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중국 경기회복 낙관 못한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잇따라 중국 경제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CS),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 등 유력 외국계 금융기관은 9월 중국의 수출지표 개선 등을 바탕으로 '중국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상대적으로 신중했다.

최근 중국 경기지표의 개선이 지난달 국경절 효과 등에 힘입은 일시적 현상일 수 있고 설사 중국 경제가 저점을 찍었더라도 긍정적 파급효과가 한국 경제에 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 外증권사 "중국 경기, 바닥 찍었다"
18일 CS는 중국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빈센트 챈 중국 리서치 총괄 애널리스트(연구원)는 "아직 중국이 경기회복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이 멀지만 일단 경기는 바닥을 쳤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분석의 근거로 중국 정부의 인프라 투자, 지난달 국경절 소비상황, 기업 투자심리 등을 꼽았다.

챈 연구원은 "일단 중국 정부가 신규 인프라 프로젝트를 승인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에서 경제성장 동력이 더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실제 소매판매 성장세도 안정적이며 지난달 국경절 소비현황을 살펴봐도 소비심리가 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의 투자심리도 구매관리자지수(PMI)와 은행차입에 대한 기업의 태도 등을 고려할 때 나쁘지 않아 '미시경제적 여건'은 개선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이날 CS는 중국의 은행업, 원자재, 운송업 부문의 산업 투자의견을 기존 '시장비중(market weight)'에서 '비중확대(over weight)'으로 상향 조정했다.

최근 BoA메릴린치도 중국 경제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팅 루 중국경제 연구원은 지난달 중국의 수출액이 작년 동기대비 9.9% 늘어나 사상 최고 증가율을 나타낸 것에 대해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두려움을 떨칠 만한 수치다.

시장이 환영할 만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투자자 입장에서 9월 중국의 깜짝 수출실적이 국경절과 유로화 평가절상에 따른 일회성 현상인지 여부는 조심스럽게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유럽 경기가 침체된 와중에도 중국이 이런 실적을 내놨다는 데 시장은 안심한다"고 진단했다.

도이치방크는 중국의 9월 수출성적과 더불어 신규대출 현황을 고려해 중국 경기를 긍정적으로 진단했다.

준 마 중화권 경제 연구원은 "중국의 신규 대출 증가세가 현재와 같다면 도이치방크의 예상치인 연간 8조5천억 위안화(RMB)에 부합할 것"이라며 "이런 경우 중국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전 분기보다 높은 7.7%까지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전문가 '신중모드'…"韓, 中회복 덕 보려면 시간 걸려"
국내 전문가들은 최근 개선된 중국 경기지표를 해석하는 데 좀 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의 9월 수출과 통화량(M2 기준)이 수치상으로는 증가했지만 지난달 국경절이라는 일회성 요인에 따른 일시적 개선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무엇보다 대(對)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 시장의 관심은 중국의 경기회복이 한국 경제에 긍정적 효과로 가시화되는 시점에 쏠려있다.

한국투자증권 윤항진 연구원은 "중국경기가 올 3분기 저점을 찍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중국의 회복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한국이 받는 실질적 혜택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지난 8∼9월 고조됐던 중국 내 반일감정이 소강상태를 보여 자동차 부문 등에서 중국 내 일본 기업이 활동을 정상화하면 한국 기업이 누렸던 수혜 강도는 약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이투자증권 김낙원 연구원은 "2분기만 해도 그 때가 중국 경기의 바닥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저점을 찍었다는 시기가 계속 뒤로 밀려온 셈"이라며 "이런 추세라면 중국경기의 저점이 4분기가 되지 말란 법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설사 4분기부터 중국 경기가 반등해도 경제성장률이 3분기보다 크게 올라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은 내년부터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 이치훈 부장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중국 경제가 'V'자를 그리며 가파르게 회복했지만 이번에는 회복세가 완만하고, 경기부양책 규모도 과거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경제가 나아지면 한국 경제도 동반 회복하겠지만 2008년이나 1997년 외환위기 당시처럼 개선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