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은 1970년 12월 설립된 세계 최대 합성고무 생산업체다. 이 회사의 주요 사업분야는 합성고무(BR, SBR 등 타이어의 원료), 합성수지(ABS, PS/EPS 등 가전제품 외장재), 페놀유도체(페놀, 아세톤, BPA 등 가전제품 외장재), 열병합발전소 운영 및 고무약품 제조업 등이다.

주력 사업인 합성고무 분야는 2009년 여수 제2공장 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BR) 11만t 증설, 작년 하이부타디엔고무(HBR) 12만t 증설을 통해 국내 경쟁사인 LG화학의 3배에 이르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장기 타이어시장 성장세

글로벌 경기침체로 차량 타이어 수요가 줄어들면서 합성고무 시황은 단기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합성고무 사업이 전체 매출의 53%(올해 예상)를 차지하는 금호석유의 실적도 2012년 들어 둔화됐다. 업황 개선의 열쇠는 타이어 수요 회복 여부다. 특히 중국 경기 둔화로 부진한 트럭 등 상용차 타이어 수요의 회복이 관건으로 보인다.

중·장기 전망은 밝은 편이다. 타이어 수요는 70%가 교체용 수요다. 시간이 지날수록 수요는 회복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 타이어 수요는 성장 잠재력이 크다. 중국 시장은 2009년 이후 신차 판매가 확대되면서 타이어 수요가 성장하는 초기 단계다.

또 공급 측면에서 합성고무 생산설비 증설이 쉽지 않다. 중·장기적으로 합성고무 업체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근거다. 올해와 내년 중 합성고무 증설 물량이 많지만 2014년 이후에는 원재료인 부타디엔 부족으로 합성고무 설비 증설이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중·장기 경쟁력 강화 노력

금호석유는 중·장기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합성고무 생산업체로서 중요 원료인 부타디엔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석유화학 원료인 에틸렌을 뽑아내기 위해 석유 기반의 나프타분해설비(나프타 크래커)를 이용하지 않고 천연가스의 일종인 셰일가스를 이용한 에탄분해설비(에탄 크래커) 증설이 확대되고 있다. 에탄 크래커를 이용하면 부타디엔이 생산되지 않아 이 원료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금호석유는 다행히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어 부타디엔 수급이 쉬운 편이다. 여기에 부타디엔 생산업체와의 합작회사 설립, 부텐으로 부타디엔을 직접 생산하는 신공법 개발 등을 통해 2015년까지 부타디엔 확보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두 번째로 금호석유는 알짜 사업인 에너지 부문을 확대하기로 했다. 2009년 6월부터 폐(廢)타이어 등 싼 원료를 사용해 금호석유 및 관계사에 전력과 스팀을 공급하는 TDF(tire derived fuel) 방식으로 제2열병합발전소를 가동했다. 에너지 사업은 원가 경쟁력이 우수하고 유가와 연동한 가격 책정으로 수익성이 좋다. 금호석유는 2015년 말까지 4300억원을 투자해 에너지 사업 부문 설비를 대폭 증설할 예정이다.

셋째, 이 회사는 2009년 이후 부타디엔고무(BR)와 SBR의 생산설비를 40% 가까이 늘려왔다. 올 하반기에는 SBR 11만t, 차세대 합성고무 솔루션스타이렌부타디엔고무(SSBR) 6만t 증설도 예정돼 있다. 여기에 최근 SSBR 10만t을 추가 증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SSBR은 기존 제품보다 내(耐)마모성이 뛰어나 타이어가 지면에서 겉도는 것을 줄여준다. 유럽연합(EU)이 오는 11월 타이어의 회전저항력과 노면접지력을 등급으로 표시하는 ‘타이어 레이블링’ 제도를 시행하면서 미국과 일본, 한국도 이 제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친환경 타이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어 업체들은 연비 절감이 가능한 에코 타이어를 판매할 경우 판매단가를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에코 타이어 판매를 늘리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SBR은 일반적으로 SBR보다 수익성이 높다. 아시아 지역에서 SSBR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금호석유를 비롯해 일본의 JSR, 아사히, 지온(Zeon) 정도에 불과하다.

넷째, 금호석유는 상반기 말 기준 196%인 부채비율을 내년 150%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이 회사는 과거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등 다수 계열사의 최대 지분을 보유하며 그룹의 모회사 역할을 해왔다. 이로 인해 2006년 계열사 지분 매입(3644억원), 대우건설 인수 출자(4000억원), 금호산업 유상증자 참여(436억원) 등 계열사 지원에 나섰다. 또 합성고무 열병합발전 관련 증설 투자로 2009년 부채비율이 1200%를 넘었다.

그러나 2010년 들어 관계기업 투자지분 처분, 산업은행의 전환권 행사로 2000억원의 전환사채가 줄었다. 그만큼 차입부담이 감소했다.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이처럼 영업 관련 손실 때문이 아니라 금호아시아나 그룹과의 관계 때문에 높아진 것이다. 금호석유는 작년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어의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하는 등 그룹에서 실질적으로 분리된 상태다. 추가적인 리스크는 작다고 볼 수 있다.

○타이어 수요 회복이 관건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는 가운데 다수의 화학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호석유도 마찬가지다. 다행인 점은 중·장기적으로는 타이어 수요가 성장하는 반면 화학업체들의 추가 합성고무 증설이 여의치 않아 합성고무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금호석유가 어려운 시기를 겪는 동안 원재료 사내 확보, 에너지 부문 증설, 고부가 신규 사업(SSBR) 진출 등 경쟁력을 강화한 점이 긍정적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길어질 경우 어려운 시간이 다소 늘어날 수는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회사의 기업 가치는 지속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박연주 <대우증권 선임연구원 yeonju.park@dwse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