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석유화학업종 주가는 코스피지수 움직임에 비해 크게 뒤처지는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는 고점이던 지난 3월 이후 약 6% 하락했지만, 화학업종지수는 17% 이상 떨어졌다. 2002년 이후 시장평균보다 지속적으로 상승폭이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형편없는 성적표다.

주가 하락의 주요 원인은 석유화학기업들의 부진한 영업실적이다. 지난해부터 유럽지역 재무리스크 확대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배럴당 107달러에서 90달러까지 하락한 국제유가(WTI)도 제품 시황 부진의 주된 배경이 됐다.

내년 세계 석유화학경기는 결과적으로 △국제유가의 방향성 △세계 석유화학제품의 수급 전망 △중국, 유럽연합(EU),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실물경기 회복 강도가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유가 및 수급 전망 ‘부정적’

첫 번째 변수로 꼽히는 국제유가는 올해보다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있어 내년 원유 수요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요는 줄고 있지만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의 생산은 증가하고 있다. 내년 서부텍사스 원유(WTI) 및 북해산 브렌트유(Brent) 가격은 각각 배럴당 92.6달러, 93.4달러로 관측된다. 올해 각각 95.6달러, 109달러 선을 유지했던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비교적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 약세는 글로벌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이란 예상에서 나왔다. 석유화학제품 시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만 EU 지역의 재무리스크 완화가 실물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결될 경우에는 국제유가와 제품 시황이 뜻밖의 반등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세계 석유화학제품 수급 전망도 수요보다는 공급이 많은 상황이다. 내년 석유화학제품 생산능력은 다소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석유화학제품 생산능력은 에틸렌 기준으로 지난해 1억4700만t, 올해 1억4900만t으로 예상된다. 중동지역 중심의 활발한 유화플랜트 증설까지 감안하면 내년에는 약 1억5600만t으로 올해 대비 4.7%(약 700만t)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에틸렌 생산능력이 전년 대비 1.7%(약 420만t) 증가한 것에 비하면 다소 높은 성장세다.

문제는 화학제품 수요 증가세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내년 화학제품 수요는 약 1억3800만t으로 올해 대비 4.3%(약 570만t)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에틸렌 수요가 전년 대비 4.4%(약 560만t)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수요는 비슷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결과적으로 생산설비 증설이 제품 시황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EU 등 실물경기 동향에 주목

결과적으로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의 실물경기 동향이 내년 세계 석유화학 경기를 결정짓는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세계 석유화학 경기와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는 중국의 실물경기 변동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중국 증시는 9월 실물 경제지표 및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발표를 앞두고 변동성 확대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9월 실물지표가 예상보다 좋지 않을 경우 3분기 GDP 증가율도 예상치를 밑돌 수 있다. 단기적으로 이런 불확실성이 증시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이벤트는 오는 11월8일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지도부 교체다. 시장에서는 지도부 교체에 따른 중국 실물경기 부양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물지표와 GDP 증가율이 좋지 않을 경우 새롭게 들어서는 시진핑 정부가 과감한 경기부양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중국 실물경기 부양책은 이후 화학제품 시황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석유화학 경기도 이 변수에 영향을 받아 장기적으로는 증시에서 유화 관련 종목들의 반등을 예상할 수 있다.

다소 진정국면으로 접어든 EU의 재정리스크에도 주목해야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그리스에 대한 차기 지원금 집행이 오는 11월 중순까지 완료될 것이라고 전망해 최근 투자심리 회복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내년 국내 석유화학주가가 시장(코스피) 대비 초과 상승하려면 이런 EU 지역의 재정리스크가 더 확대되지 않는 가시적 성과가 전제돼야 한다. 중국의 신정부 출범 이후 경기부양 정책 실시에 대한 실질적인 효과도 뒤따라야 한다.

이런 가시적인 신호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순수 범용 화학기업보다는 수익구조가 다양하게 분산된 화학기업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일 것으로 평가된다. LG화학, SKC, 제일모직 등 하이브리드 화학기업에 주목하는 것이 좋다.

안상희 <대신증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