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시즌이 다가오면 구직자들은 마음이 조급해진다. 공부도 해야 하고 면접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구직자들의 경우 또 다른 고민에 시달린다. “면접장에 어떤 정장을 입고 갈까.” 비싼 정장을 새로 사자니 돈이 없고 싸구려나 철 지난 옷을 입으려니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까봐 걱정이다.

이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한 공유경제 업체가 지난 7월 문을 열었다. 직장인 등에게 입지 않는 정장을 기증받아 면접을 앞둔 구직자에게 싼 가격에 대여해 주는 ‘열린옷장’이다. 한만일 열린옷장 공동대표(31·사진)는 “한 해 면접에 응시하는 구직자가 110만명에 이르는데 이들 중 90%가 정장 구매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며 “이들이 마음 편히 구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이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침구업체인 이브자리에 다니던 한 대표는 박금례 삼성전자 모바일사업부 책임연구원(33), 카피라이터 김소령 씨(42) 등과 작년 희망제작소의 강연 프로그램인 ‘SDS(Social Designer School)’에서 만난 게 인연이 돼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대여 비용은 배송비를 포함해 1만8000원이다. 기존의 다른 정장 대여업체보다 50~80% 싼 가격이다. 대여 기간은 1주일이다. 유행이 지난 옷은 패션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새롭게 디자인해 빌려 준다.

기증자는 옷에 얽힌 사연이나 청년 구직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적어 옷과 함께 보낸다. 대여자 역시 다음 사람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적은 카드를 넣어 옷을 돌려보낸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증자의 정보를 보고 진로 상담도 요청할 수 있다. 한 대표는 “옷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출범 3개월이 지난 열린옷장엔 현재 150여명의 회원이 등록돼 있다. 기증된 옷은 180여벌에 달한다. 기업에서 기증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여성복업체 발렌시아의 김영일 사장은 최근 정장 30벌을 열린옷장에 보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