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과 공 바꿔 치고
무심코 퍼팅라인 접촉
◆퍼팅라인 접촉으로 2벌타
19일 천안 우정힐스CC(파71)에서 열린 대회 2라운드. ‘바람의 아들’ 양용은(40), ‘장타자’ 김대현(24)과 10번홀에서 출발한 그는 15번홀(파4·408야드)부터 불운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공을 그린에 올린 뒤 퍼트라인을 살펴보다가 공 앞으로 나가 퍼팅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무심코 퍼터를 지면에 살짝 내려놓은 것.
그가 퍼터를 퍼팅라인 중간에 내려놓는 장면은 정면에서 지켜보던 양용은의 눈에 포착됐다. 미국 PGA투어에서 뼈가 굵은 양용은은 그의 플레이가 골프 규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비디오 판독을 통해 2벌타를 받았다.
대한골프협회 측은 “박상현이 자신의 퍼트라인 쪽에 퍼터를 내려놓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퍼트라인 접촉을 금하고 있는 골프 규칙 16-1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5번홀을 2벌타 포함 7타 만에 홀아웃하며 트리플보기를 범했다.
양용은은 “박상현이 15번홀에서 2벌타를 받았지만 마지막날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고 TV중계에서 이번 일이 드러났더라면 실격처리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프로 골퍼라도 무의식 중에 그럴 수 있지만 일본 등으로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박상현이 이런 실수를 다시는 범하지 않도록 하게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공 바꿔치는 해프닝까지
불운은 후반 들어서도 계속됐다. 1번홀(파4·427야드)은 왼쪽으로 많이 꺾여 있어 티샷 이후 공이 어디에 떨어졌는지 확인할 수 없는 홀이다. 박상현과 김대현이 1번홀에서 티샷을 한 뒤 걸어가 확인해 보니 공은 홀까지 100야드 남긴 지점과 70야드 남긴 지점에 떨어져 있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장타자인 김대현은 평소처럼 당연히 더 멀리 쳤을 거라 생각하고 멀리 나간 공 앞에 섰고, 박상현도 의심하지 않고 뒤쪽 공 앞에 섰다. 두 선수는 각각 세컨드샷을 했고 공을 홀 근처에 잘 올려놨다.
하지만 그린 위에 올라가서야 박상현과 김대현은 서로 공을 바꿔쳤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골프 규칙 15-3에 따라 ‘오구 플레이’를 한 박상현과 김대현은 각각 2벌타를 받고 원래 지점으로 돌아가 샷을 다시 해야 했다. 함께 플레이했던 양용은은 “두 선수 모두 타이틀리스트 공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헷갈릴 수 있었다”면서도 “사용하는 공의 강도가 달랐기 때문에 공을 한 번만 확인했어도 이런 일은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현은 1번홀에서 2벌타를 받고 보기로 홀아웃했다. 그는 이날 버디 6개를 성공시켰으나 보기 3개, 트리플보기 1개를 범하며 이븐파 71타를 쳐 합계 5오버파 147타로 공동 21위에 올랐다.
전날 3언더파를 치며 단독 선두에 올랐던 강경남(29)은 이날 2타를 줄이며 합계 5언더파 137타로 이틀 연속 선두를 지켰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1998년과 2001년 한국오픈에서 우승하며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운 김대섭(31)은 단독 2위로 뛰어올랐다. 김대섭은 이날 3타를 줄이며 3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2언더파 140타를 기록했다.
양용은도 5번홀에서 이글을 잡는 등 고감도 샷을 선보이며 1언더파 70타(합계 1오버파 143타)를 쳐 공동 5위에 올랐다.
천안=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