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전남 신안군 앞바다에서 불법 조업 중이던 중국 선원 장모씨(44)가 해양경찰에 저항해 흉기를 휘두르다 고무탄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고무탄에 의한 사망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신 부검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측 요청으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시신 왼쪽 상복부에는 멍든 자국이 있었다.

납이 들어간 일반 살상용 총알과 달리 고무탄은 플라스틱 섬유 혼합물 탄피에 발포용 고무 탄두를 압축 코팅한 비살상무기다. 일반적인 화기에서 사용할 수 있는 고무도 있고 폭동 진압용 화기에만 사용하는 고무도 있다. 해경이 수입한 미국 CTS사의 고무탄은 구경 40㎜, 길이 101.6㎜의 유탄 형태로 된 딱딱한 재질의 스펀지 탄환(60g)이다. 이 고무탄은 공기압을 이용해 초속 76m의 속도로 날아간다. 상대방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유효사거리가 30m 정도이지만 해경은 10m 내외 거리에서 쏜다는 내부지침을 정해놓고 있다.

고무탄은 몸에 직접 물리적 충격을 가하는 탄환인 만큼 다른 비살상무기에 비해 신체 피해 정도가 심하다. 해경 측은 10m 미만 거리에서 맞게 되면 야구공을 맞았을 때 정도의 고통과 함께 멍이 드는 정도의 위력이지만 사람을 숨지게 할 만큼의 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발사할 경우 헤비급 권투선수에게 스트레이트 펀치를 맞은 듯한 충격과 함께 두개골이 함몰되는 파괴력을 가졌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1975년 영국 브리티시 외과 저널이 조사한 북아일랜드 고무탄 피해자 90명 중 1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영구 장애를 입은 사례도 있었다.

비살상무기는 세계 1차대전 이후 1960년대 들어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무기 개발을 토대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고무탄, 물대포, 전기충격기, 최루탄 등이 대표적인 비살상무기다. 사람을 죽이지는 않지만 죽도록 아프게 만든다는 게 이들의 공통점. 때문에 주로 자기방어, 죄수 진압, 전쟁 시 민간인 통제, 경찰의 폭동 진압에 많이 쓰인다.

하지만 인간의 고통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과잉 진압도구라는 논란도 있다. 해외에서 비살상무기라는 말 대신 통증가해 무기, 복종 무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