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훔친 죄보다 형량이 매우 낮은 신부 납치죄에 대한 처벌을 좀더 강화하기 위한 법 개정 문제가 키르기스스탄 국회에서 논의돼 그 결과가 주목된다.

키르기스 국회는 18일(현지시간) 2차 독회에서 17세 이하의 여성 납치와 18세 이상의 여성 납치 범죄에 각각 최고 10년과 5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켰다고 라디오프리유럽/라디오리버티(RFE/RL)가 보도했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향후 3차 독회 통과와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야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새 법안은 최고 11년형의 가축 절도죄보다 여전히 낮은 형량이지만 현행 3년형보다는 높아 지지자들은 기대감을 표했다.

이들은 또 여성인권 보호뿐 아니라 키르기스의 광범위한 미성년 결혼 문제 해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바누라 압디에바 여성인권협회장은 이날 국회 앞 시위에서 "신부 납치에 관한 법은 즉각 시행돼야 한다"면서 "신부 납치는 이슬람의 샤리아법과 국법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안 반대론자들은 강화된 형벌이 너무 가혹하며 신부 '보쌈'은 나라의 전통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키르기스에서 가축 절도에 관한 재판은 연간 수백 건이지만 신부 납치관련 소송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 신부 납치는 종종 강간과 같은 폭력 범죄를 수반하지만 거의 기소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납치된 신부들이 강제 결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거나 가족과 사회, 지방당국으로부터 압력을 받아 법에 호소하기를 꺼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인권운동가들은 연간 1만2천명의 여성이 납치돼 강제로 결혼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엔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일부 지방에서는 결혼의 80% 정도가 신부 납치를 통해 이뤄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키르기스에서 신부 납치는 결혼 가능 연령인 18세 미만의 미성년자 문제와 연결돼 있다.

어린이인권활동가인 엘레나 보로니나는 최근 조혼이 늘고 있다면서 "2006년에는 18세 미만 여성의 12%가 결혼했다"고 말했다.

비판론자들은 조혼 여성의 경우 교육 기회를 박탈당하고 가사 노동의 희생자가 된다고 경고한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