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 기조강연

"이미지의 시대야말로 이미지에 대한 준엄한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 아니, 상상의 시대야말로 상상의 저속화, 시장화로 인한 상상의 불운이 따라붙고 있다."

고은 시인은 현대사회에서 상상(想像)이 "저속화, 시장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31일 열리는 제7회 '파주북시티 국제출판포럼'에 앞서 22일 대회 주최측이 미리 배포한 기조강연문을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상상적 서사를 위하여'라는 제목의 강연문에서 불교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현대사회에서 상상력의 힘이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고은 시인은 중세엔 신(神)이, 계몽 시대엔 이성이 각각 절대적 가치로 추앙받았지만 현대에는 "상상의 세기"가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인간의 삶과 일상이 4분의 3 이상을 상상이나 비현실적인 것으로 채우고 있는 현실"이며, 이는 "이미지의 문화적 우월성"을 보여주는 "축복"이라고 말했다.

고은 시인은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에서 "이미지의 재앙이라는 어둠도 커져가는 현실"을 묵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지의 폭력화와 상상의 시장 도구화로 치닫는 상황에서 인간 정신의 상실을 목격하게 된다"면서 "이번에는 이미지가 인간을 종속시키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
고은 시인은 "이미지의 즉시성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이미지는 빠르고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주체는 언제나 느리므로 이미지에 끌려가는 객체이기를 거부하는 상상 주체로서 자아를 성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이미지와 삶의 합작인 상상현실을 설정해야 한다"면서 이미지가 "인간의 이야기, 인간의 역사적 지속"과 맞물려 "사회적 상상력"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파주출판도시에서 열리는 국제출판포럼에는 미국, 핀란드 등 4개국 15명의 연사가 참가해 '이야기와 캐릭터-새로운 것이 있는가'라는 주제로 출판, 영화, 게임 등에서 상상력의 소산이 되는 콘텐츠를 토론한다.

이어 11월2일에는 '제8회 동아시아 책의 교류 심포지엄'이 열린다.

심포지엄 총감독인 북디자이너 정병규 정디자인 대표는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 시대를 맞아 한자가 에너지 넘치는 문자로 급부상하고 있다"면서 "한중일 3국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의 발달사를 짚어보고 시각적, 조형적 특징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newgla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