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族 갈수록 늘어…커플 매니저 '눈물'
국내 최초의 결혼정보업체를 표방한 ‘좋은만남선우(선우)’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다. 선우는 업계 1세대로 회원 비용을 연 3만원으로 낮추는 등 결혼정보업계를 선도해와 안타깝기도 하고 재기를 확신한다는 반응이 많다. 전문가들은 결혼 연령이 높아지는 등 혼인율은 낮아지는 반면 결혼정보업체는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고 있어 업계 전체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은 정상적으로 진행"

22일 법원과 업계에 따르면 선우는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 8월 개시결정을 받았다. 선우는 다음달까지 회생계획안을 마련해 법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선우는 법원에 낸 신청서에서 “사업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비용부담이 커진 반면 매출은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웅진 선우 대표는 “회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회비 200만~300만원을 받고 커플매니저가 만남을 주선해주는 관행에서 탈피해 연 3만원만 받는 온라인 사업모델을 2005년부터 도입했다”며 “이 과정에서 자금순환에 일시적 문제가 생겨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는데다 회생계획안도 조만간 인가받을 예정이어서 내년에는 회생절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1991년 26세의 나이에 선우를 창업했다. ‘에코러스’라는 회사가 1986년 결혼정보업체를 표방하며 설립됐으나, 최근 결혼정보업체의 모습은 선우가 만들어왔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선우는 지금은 익숙한 ‘커플매니저’란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6~7개의 특허를 받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세워 급성장했다. 2005년에는 벤처 인증을 받기도 했다. 지난 20여년간 약 2만3000쌍을 결혼시켰다. 2000년대 들어선 1997년 설립된 후발주자 듀오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2005년 온라인 서비스를 처음 도입, 연회비를 파격적으로 낮추는 실험을 통해 업계를 선도해왔다.

○혼인율은 낮아지고 경쟁은 심화되고…

선우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근본적인 이유는 혼인율은 낮아지는 반면 정보업체는 난립하고 있는 환경 때문으로 분석된다. 선우가 설립되기 직전인 1990년에 전국에서 결혼한 부부는 40만4931쌍에 달했다. 하지만 작년엔 32만9087쌍으로 줄었다. 시장 규모가 그만큼 줄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결혼정보업체는 증가하는 추세다. 서울시에 등록된 업체만 370개가량이다. 전국적으로는 국제 결혼업체까지 합쳐 1300여개로 추정된다. 국내 결혼정보업체는 등록 없이 신고만 하면 영업할 수 있다. 최근엔 결혼중개업체로 등록하지 않은 온라인 미팅·소개팅 사이트들도 경쟁사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마케팅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국내 매출 1위 업체인 듀오의 경우 매출은 2010년 244억여원에서 지난해 292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3억원에서 16억원으로 반토막났다. 레드힐스는 지난 8월 파산, 한 달 후 동종업체인 행복출발에 인수됐다. 가입비를 내고도 서비스나 환불을 받지 못한 일부 회원은 대표이사였던 탤런트 선우용녀 씨를 경찰에 고소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에는 한때 손숙 전 환경부 장관이 대표이사로 있던 웨디안이 폐업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