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최근 청약을 받은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의 아파트 용지 4개 필지(4406가구)와 주상복합 용지 1개 필지(815가구)가 모두 미분양됐다. 특히 지난달 동시 분양에 성공한 시범단지 내 택지(A18블록)마저 관심을 끌지 못했다. 요즘 인기가 높은 중소형 아파트만 지을 수 있는 택지(A38·39블록)도 외면받았다. LH 관계자는 “1필지도 안 팔릴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34개 필지를 추가로 팔아야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위례·동탄2·세종시 주택용지도 안 팔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의 동탄2신도시뿐 아니라 위례신도시와 세종시 등 유망 신도시 내 주택용지들이 대거 미분양됐다. 건설사들이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신규분양 시장이 크게 위축돼 용지 매입을 주저하고 있어서다.

위례신도시에서는 최근 호텔용지(300실·1891㎡)도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주에는 위례신도시의 5개 아파트 용지 가운데 3개 필지가 미분양됐다. D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용지값이 2000억~3000억원에 달하는 데다 중대형 평형 비중도 높아 건설사들이 몸을 사렸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공급한 세종시 내 8개 아파트 용지 가운데 3개 필지도 계약자가 없었다. S건설 관계자는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평형을 조금이라도 지어야 하는 조건이 붙은 용지는 전부 미분양됐다”며 “최근 3순위에서 청약자를 채우지 못하는 단지가 나오자 건설사들이 신중해졌다”고 설명했다.

신규 분양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건설사들이 용지 구매를 주저하고 있다. 지난달 이후 수도권에서 공급한 단지 대부분이 3순위에서 미달될 정도다. 중견 건설업체 용지 담당자는 “전반적인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용지에 거금을 쏟아붓기보다 현금을 보유하고 조금 더 기다리자는 분위기”라며 “금융회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도 여전히 어렵기 때문에 용지 매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주택 공급 차질·LH 재정난 심화 우려

LH의 공공택지 매각이 부진할 경우 장기적인 주택공급 계획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LH가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공공택지가 원활하게 팔리지 않으면 일정 기간 이후에는 신규주택 부족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LH는 인기 지역의 아파트 용지가 팔리지 않아 잔뜩 긴장한 상태다. 다음달 경기 하남 미사지구에서 공급할 7개 필지도 분양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LH 관계자는 “올해 공급하는 용지 중 가장 좋은 곳은 위례신도시 동탄2신도시 미사지구 세종시 등”이라며 “관심을 끌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종칠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 최고경영자들이 ‘가장 좋은 위례 신도시 용지도 안 팔리는데 다른 용지가 시장에서 먹히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토지주인 LH·SH공사 등의 재무 여건이 악화되고 아파트 청약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조성근/김진수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