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보험기금 102억원 사기꾼에 날렸다





정부의 수출신용보증 제도를 악용, 가짜 수출 서류를 만들거나 유령 수입사에 물품을 수출하는 방법 등으로 총 102억원의 무역보험기금을 가로챈 무역금융 대출사기단 103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을 위해 세금으로 조성된 무역보험기금을 ‘눈먼 돈’처럼 빼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무역보험공사는 담보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을 위해 무역보험기금을 조성, 수출 대금을 못 받는 업체에 대출 형태로 이 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대출사기단 8개 조직 103명을 적발해, 이 중 대출사기단 총책 이모씨(64) 등 10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6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사기단은 지난 2005년 2월부터 2009년 말까지 △국내 60여개 중소기업의 재무제표 등 세무 관련 서류를 위·변조하고 세관에 허위로 수출 신고를 하거나, △일본 중국 미국 필리핀 등지의 실존하지 않는 20여개 수입업체에 섬유 원단을 수출하는 것처럼 허위 서류를 만드는 등의 수법으로 무역보험공사로부터 수출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았다. 이후 이들은 수출신용보증서를 바탕으로 국내 9개 시중은행 48개 지점에서 한 번에 5000만~2억5000만원씩, 60여차례에 걸쳐 총 102억원가량을 대출받아 챙긴 혐의다.


무역보험공사는 지난 2000년에 도입된 수탁보증제도에 따라 대출금의 80%(나머지 20%는 은행이 부담)까지 보증을 서야 하기 때문에 이들 사기단이 만기가 지나도록 갚지 않은 대출금과 이자 부담은 무역보험공사 측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더구나 이들 사기조직은 노숙자나 세금을 낼 여력이 전혀 없는 ‘무자력자’ 등을 명목상 사장인 ‘바지 사장’으로 내세운 경우가 많아 무역보험공사의 무역보험기금 회수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들 사기단에 대출금을 내준 시중은행들은 대출금의 20% 정도를 강제로 예치시키는 이른바 ‘꺾기’ 관행으로 대출 사고가 나도 전혀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여서 서류 심사와 현지 실사 등을 허술하게 해왔다고 경찰은 말했다. 지난해 무역보험공사의 신용수출 보증액은 985억원에 달했지만 회수율은 39%에 그쳤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