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요술방망이 아니다…대선 후 엄청난 청구서 날아올 것"
“세 후보가 모두 경제민주화를 요술방망이로 알고 있다.”(조동근 명지대 교수)

“대기업을 깎아내려 중소기업으로 만들려는 것은 국가 경제를 망치는 지름길이다.”(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

24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 모인 자유주의 성향의 지식인들은 대통령 후보들이 한결같이 포퓰리즘적 경제민주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며 이처럼 질타했다. 대학교수와 문인, 시민운동가 등 총 105명이 동참한 ‘지식인 선언문’에서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철회하라”는 비교적 정제된 말을 썼지만 기자회견에선 강도 높은 단어로 대선 후보들을 정면 비판했다.

"경제민주화, 요술방망이 아니다…대선 후 엄청난 청구서 날아올 것"
가장 먼저 나선 조동근 교수는 “말도 안 되는 경제민주화 공약의 쓰나미”라는 표현으로 포문을 열었다. 조 교수는 “대선 후보들이 모든 걸 경제민주화라는 그릇에 담다 보니 총 34개의 정책이 경제민주화에 들어가 있다”며 “심지어 식량 안보까지 경제민주화라는데 양자가 무슨 관계냐”고 대선 후보들을 쏘아붙였다.

이어 “대선이라는 파티가 끝나면 내년 3월 새 정부가 출범하고 엄청난 청구서가 날아올 것”이라며 “34개의 정책에 대해 도저히 뒷감당할 수 없는데, 대선 후보들은 ‘일단 당선되고 보자’며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방송 ‘참깨방송’을 운영하는 김종환 대표는 “국민 몰래 세비부터 인상한 국회의원들이 최고의 납세자인 대기업을 공격하고 재벌 해체를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세금 낭비자인 정치권이 납세자인 기업과 국민을 보호하기는커녕 협박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날 지식인 선언문을 대표로 낭독한 이헌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대표는 “시장 실패와 대기업의 지배력 남용에 대해 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경제민주화를 기본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경쟁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경제력 집중 완화와 소득분배 개선, 성장 불균형 해소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며 “다만 경제민주화가 출자총액 제한과 순환출자 금지 등 재벌 규제로만 흐르면 투자 위축과 일자리 감소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이어 “진정한 경제민주화는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이날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차기 정부 4대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한경연은 구체적으로 잠재 성장률을 3%에서 4%로 올리면서 △재정 건전성 확보 △일자리 창출 △조세 개혁 등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잠재 성장률을 1%포인트 올리기 위해 선진 7개국(G7)보다 8%포인트 이상 낮은 국내 여성 고용률을 높이고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을 1.2%에서 1.8%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입 내 지출’과 균형 재정을 법률에 명기하고 국가 부채 증가 없이 성장을 통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또 “경제 주체 간 양보로 일자리를 나누고 복지 재원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증세를 해야 한다면 소비세(부가가치세), 소득세, 자본 과세 순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정인설/김대훈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