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2] 샤피로 "삼성-애플소송·남-북 긴장도 협상으로 풀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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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조연설 / 설득하는 인재, 세상을 바꾸는 협상
갈등해소 능력 키우려면 협상학 교육 필요
갈등해소 능력 키우려면 협상학 교육 필요
“삼성과 애플이 소송전을 택한 건 마치 인질극 상황에서 경찰이 특공대를 투입한 마지막 카드를 쓴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어요. 양쪽이 한치의 양보도 없어 보이지만, 협상으로 풀고자 나선다면 좋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겁니다.”
협상학 전문가로 꼽히는 대니얼 샤피로 하버드대 협상학 교수는 24일 글로벌 인재포럼에서 ‘설득하는 인재, 세상을 바꾸는 협상’이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을 마친 뒤 기자와 만나 ‘협상의 힘’을 재차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샤피로 교수는 “소송을 하면 삼성이든 애플이든 결과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된다”며 “비용 측면에서도 소송보다 협상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자신의 전공인 심리학을 개인·기업·국가 등의 협상전략에 응용해 주목받아 온 인물로 《감성으로 설득하라》 등의 저서로 국내에도 잘 알려졌다.
○“교육 투자 통해 협상력 높여야”
샤피로 교수는 “세계 모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협상 기술과 갈등 해소 능력을 교육한다면 세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협상력을 인재의 중요한 역량으로 꼽았다. 그는 “협상을 잘하는 인재를 키우는 데에는 ‘훈련에 훈련, 또 훈련’밖에 없다”며 “정부가 교육과정에 월 1회 단 2시간씩만 ‘협상학’을 개설해도 청소년들이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폭이 눈에 띄게 넓어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샤피로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 대기업과 중국, 페루, 마케도니아 등의 국가 정치인들에게 협상 실무를 자문해왔으며 세계경제포럼(WEF)과 공동으로 교육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협상의 중요성을 강의할 때 한국의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을 종종 화두로 꺼낸다. 협상의 부재와 불통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는 점을 잘 드러낸 사례라는 점에서다. “도끼만행 사건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의 포플러나무를 자르려 했던 남한 군인과 이를 막으려는 북한군의 충돌에서 시작됐죠. 고작 나무 한 그루 때문에 시작된 갈등이 결국 미군과 유엔군이 희생되고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를 만든 사건으로 번지게 했습니다.”
협상을 마쳐놓고도 번번이 뒤집는 북한과 계속 협상을 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한국에 협상 외에 다른 대안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대신 정상회담이 아닌 장·차관급 비공식 접촉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답을 내놨다. “지금의 남북한 상황에서 정상회담은 외교적으로 리스크가 너무 큰 방식입니다. 그 아래 고위급이 수시로 만나 정치, 외교 문제 대신 북한이 정말 필요로 하는 원조, 경제협력, 개발사업 등을 주제로 꺼내 자주 대화하는 게 현명합니다. 저는 같은 이유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민감한 지역에 방문하는 것도 찬성하지 않아요.”
○“조언 구하는 자세로 협상하라”
이날 기조연설에서 샤피로 교수는 “협상의 본질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의 감정은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원인과 배경도 제각각이어서 모두 통제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협상 과정에서 가장 집중해야 할 ‘5개 핵심감정’을 소개했다.
인정(appreciation), 자율(autonomy), 협력(affiliation), 지위(status), 역할(role) 등 다섯 가지 항목 중에서 핵심 요소는 ‘인정’이다. 샤피로 교수는 “기업 내에서 조직이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구성원이 ‘우리는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당신을 인정한다’는 자세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는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상을 할 때 ‘너희의 입장이 무엇이냐’를 묻는 것은 잘못된 접근법이며 ‘당신에게 조언을 구하겠다’는 자세로 접근하라”고 설명했다.
임현우/김석/강영연 기자 tardis@hankyung.com
협상학 전문가로 꼽히는 대니얼 샤피로 하버드대 협상학 교수는 24일 글로벌 인재포럼에서 ‘설득하는 인재, 세상을 바꾸는 협상’이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을 마친 뒤 기자와 만나 ‘협상의 힘’을 재차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샤피로 교수는 “소송을 하면 삼성이든 애플이든 결과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된다”며 “비용 측면에서도 소송보다 협상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는 자신의 전공인 심리학을 개인·기업·국가 등의 협상전략에 응용해 주목받아 온 인물로 《감성으로 설득하라》 등의 저서로 국내에도 잘 알려졌다.
○“교육 투자 통해 협상력 높여야”
샤피로 교수는 “세계 모든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협상 기술과 갈등 해소 능력을 교육한다면 세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협상력을 인재의 중요한 역량으로 꼽았다. 그는 “협상을 잘하는 인재를 키우는 데에는 ‘훈련에 훈련, 또 훈련’밖에 없다”며 “정부가 교육과정에 월 1회 단 2시간씩만 ‘협상학’을 개설해도 청소년들이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폭이 눈에 띄게 넓어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샤피로 교수는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 대기업과 중국, 페루, 마케도니아 등의 국가 정치인들에게 협상 실무를 자문해왔으며 세계경제포럼(WEF)과 공동으로 교육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그는 협상의 중요성을 강의할 때 한국의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을 종종 화두로 꺼낸다. 협상의 부재와 불통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는 점을 잘 드러낸 사례라는 점에서다. “도끼만행 사건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의 포플러나무를 자르려 했던 남한 군인과 이를 막으려는 북한군의 충돌에서 시작됐죠. 고작 나무 한 그루 때문에 시작된 갈등이 결국 미군과 유엔군이 희생되고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를 만든 사건으로 번지게 했습니다.”
협상을 마쳐놓고도 번번이 뒤집는 북한과 계속 협상을 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한국에 협상 외에 다른 대안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대신 정상회담이 아닌 장·차관급 비공식 접촉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답을 내놨다. “지금의 남북한 상황에서 정상회담은 외교적으로 리스크가 너무 큰 방식입니다. 그 아래 고위급이 수시로 만나 정치, 외교 문제 대신 북한이 정말 필요로 하는 원조, 경제협력, 개발사업 등을 주제로 꺼내 자주 대화하는 게 현명합니다. 저는 같은 이유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민감한 지역에 방문하는 것도 찬성하지 않아요.”
○“조언 구하는 자세로 협상하라”
이날 기조연설에서 샤피로 교수는 “협상의 본질은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의 감정은 종류가 워낙 다양하고 원인과 배경도 제각각이어서 모두 통제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협상 과정에서 가장 집중해야 할 ‘5개 핵심감정’을 소개했다.
인정(appreciation), 자율(autonomy), 협력(affiliation), 지위(status), 역할(role) 등 다섯 가지 항목 중에서 핵심 요소는 ‘인정’이다. 샤피로 교수는 “기업 내에서 조직이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구성원이 ‘우리는 무시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당신을 인정한다’는 자세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는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상을 할 때 ‘너희의 입장이 무엇이냐’를 묻는 것은 잘못된 접근법이며 ‘당신에게 조언을 구하겠다’는 자세로 접근하라”고 설명했다.
임현우/김석/강영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