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특정 단백질이 줄기세포에서 에너지를 분배하고 세포 간 의사소통을 조절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과 교수(사진) 연구팀이 ‘린28(LIN28)’이라는 단백질의 새로운 기능을 입증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생명과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셀(Cell)’ 온라인 속보로 실렸다.

연구팀은 린28이 사람 단백질 3만5000종 중 7000종을 생산하는 세포 내 소기관인 조면소포체의 전체 단백질 생산을 직접 억제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린28이 다른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마이크로RNA에 관여해 줄기세포의 성질을 간접적으로 유지한다고 알려진 기존 연구 결과를 뒤집는 것이다. 앞으로 린28 단백질 이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당(糖) 대사 및 사춘기 시기 조절 이상, 간암, 난소암 등을 치료하는 데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린28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에 선정된 주제인 유도만능줄기세포(iPS cell) 생산에 사용되는 단백질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처럼 어떤 세포로도 분화될 수 있으면서도 수정란이나 난자를 사용하지 않아 윤리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연구팀은 살아있는 줄기세포에 강한 자외선을 쬐어 단백질과 RNA를 엉겨붙게 한 다음, 이 RNA에 담긴 염기서열을 읽어내는 방식으로 린28이 조절하는 RNA 전체를 일괄 조사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린28 단백질의 알려지지 않은 조절 원리를 밝혀내 앞으로 줄기세포 유도와 관련 질병 치료 기술 개발에 새로운 실마리를 얻게 됐다”며 “간암, 난소암 등에서 자주 발견되는 린28 단백질의 이상 조절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