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가까이서 수호천사처럼 지켜줄게요.’

2000년 보험업계는 이런 내용의 동양생명 광고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당시 TV 광고는 탤런트 원빈이 여대생 기숙사 앞에서 여자친구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너의 수호천사가 되기로 했어”라고 외치는 내용이었다. 생명보험 광고는 보수적이란 통념을 깬 사실도 화제였지만 금융계에서 처음 ‘수호천사’란 고유 브랜드를 내놓은 영향이 컸다.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은 “고객들의 건강과 재산을 지켜주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심어준 게 수호천사 브랜드”라며 “다소 침체된 영업 분위기를 ‘Again 수호천사’ 기치를 내걸고 쇄신하겠다”고 말했다.

동양생명이 달라지고 있다. 지분매각 이슈로 그동안 어수선했던 게 사실이지만 지난 6월 구 사장 취임 후 ‘혁신 기업’ 이미지를 되살리고 있다. 동양생명은 총력영업체제로 전환, 단기간 내 ‘보험업계 4위’로 뛰어오른다는 목표다.

○‘최초’ 타이틀 많은 보험사

올해로 창립 23주년을 맞은 동양생명은 2011회계연도까지 3년 연속 당기순이익 1000억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 기간 중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평균 14%였다. 보험업계에선 드물게 13년 연속 흑자를 낸 회사이기도 하다.

동양생명은 ‘최초’란 타이틀을 많이 갖고 있다. 최대 보험사는 아니지만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보험업계를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동양생명은 1997년 업계에서 처음 상해보험을 개발했다. 1999년엔 ‘손익관리시스템’을 첫 도입했다. 당시만 해도 보험사들이 외형 성장 경쟁을 벌이던 때였다. 동양생명은 이 시스템을 활용, 내실 중심의 성장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2000년 창사 후 첫 당기순이익(114억원)을 실현한 것도 이 손익관리시스템 덕이 컸다. 2009년 국내 생명보험사 중 가장 먼저 기업공개를 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업은 20~30년간 납입보험료가 지속되는 보유계약들이 쌓여 매출로 이어지기 때문에 후발주자가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라며 “그런데도 동양생명 주도로 10년 전 70%를 넘었던 삼성·한화·교보 등 빅3 비중을 50% 이하로 낮췄다”고 말했다.

○방카슈랑스로 도약 기회 잡아

보험사들은 전통적으로 설계사가 고객을 일일이 방문해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영업은 지금까지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동양생명은 새로운 판매 채널을 구축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소비자에게 어떻게 접근하느냐보다 어떤 상품을 판매하느냐에 방점을 둔 결과다.

2003년 9월 방카슈랑스(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 판매) 시대가 열렸을 때 가장 먼저 활용한 회사가 동양생명이었다. 당시만 해도 방카슈랑스의 성공을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상위 3개사 점유율이 압도적인 대면 채널 위주의 시장에서 중소형사가 성장할 기회는 새 판매채널 뿐이라고 판단했다”며 “이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이라고 전했다.

동양생명은 방카슈랑스 진출 첫해에 판매 건수 부문 1위를 기록했다. 이 부문에서 동양생명이 차지하는 위상은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동양생명은 텔레마케팅으로 대변되는 다이렉트 채널, 법인대리점(GA) 등도 적극 육성했다. 2004년엔 홈쇼핑을 통해 ‘수호천사 아가사랑보험’을 판매했다. 국내 단일상품으로는 최초로 200억원의 홈쇼핑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동양생명의 수익구조는 매우 안정적이다. 월납초회보험료 비중을 놓고 보면 직속 설계사와 방카슈랑스, 다이렉트, GA 채널 등이 각각 15~30%씩이다. 당시 신판매채널 확장을 진두지휘한 사람이 구 사장(당시 신채널사업본부장)이다.

○어린이와 은퇴, 성장의 두 축

동양생명은 어린이 보험과 은퇴 시장을 차세대 성장의 두 축으로 삼고 있다. 소비자 관심이 그쪽으로 흐르고 있다는 내부 분석에 따른 것이다.

동양생명은 작년 4월 종전 80세까지였던 ‘수호천사 꿈나무 자녀사랑보험’의 보장기간을 보험업계 최초로 100세로 확대했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점을 감안할 때 만기 80세가 짧다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반영했다. 지난 7월부터는 종신보험과 CI(치명적질병)보험, 어린이보험에 부가하는 주요 특약의 보장기간까지 100세로 넓혔다.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평생보장’ 체제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동양생명 어린이 보험의 경우 태아 때 가입하면 사실상 평생 갱신없이 암이나 뇌출혈, 급성심근경색증과 같은 주요 질환에 대해 보장해 주는 게 장점이다. 이 분야에서 선두를 유지하는 배경이다.

동양생명은 앞으로 어린이와 은퇴 관련 보험상품을 추가로 개발하는 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보장 범위도 지속적으로 넓혀가기로 했다. 구 사장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고객을 지켜주는 수호천사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소통이 가장 빠른 기업으로

구 사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 온 단어는 ‘소통’이다. 과거 10여년간 동양생명에서 근무하다 최근 복귀했기 때문에 직원들과의 친화력만큼은 자신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구 사장은 그동안 전국 20개 사업단과 41개 센터를 모두 순회했다. 단순히 독려하는 차원이 아니라 영업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경영에 반영하기 위해 평균 한두 시간씩 청취 시간을 가졌다.

임직원 및 영업현장과의 회의 방식도 확 바꿨다.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본사 관련 팀장이 전원 참석하도록 했다. 현장의 건의사항이 즉각 반영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금까지 110여건의 건의사항을 즉석에서 접수해 업무 개선에 반영했다고 한다.

동양생명에선 ‘호프데이’ 행사도 약 10년 만에 부활했다. 구 사장이 직접 직원들의 생일을 축하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조치다.

고객과의 소통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본사 조직을 개편해 CS(고객서비스) 본부와 소비자 보호파트를 신설했다. 이를 통해 고객 중심의 효율적인 조직운영 체제를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조직 개편으로 고객의 생생한 의견을 현업에 바로 반영할 수 있게 됐다”며 “내부적으로 다시 한번 뛰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