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사는 심정은 씨(가명·63)는 지난해 봄 산에서 내려오다 넘어져 무릎을 다쳤다.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한 결과, 오른쪽 무릎 연골이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연골성형술을 권했지만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라는 판단에 수술을 포기했다. 그 후 1년여를 방치했는데 퇴행성관절염이 급속도로 진행, 다시 병원을 찾았다. 지인의 추천으로 줄기세포로 연골을 재생하는 시술을 받았는데 결과는 대성공. 심씨는 “시술 5개월이 지나 촬영한 MRI에서 연골이 재생돼 차 오른 것을 보고 한시름 놓았다”며 “큰 수술을 하지 않고도 통증이 많이 사라져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심씨의 경우처럼 지방에서 채취한 줄기세포가 퇴행성관절염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 인증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이 퇴행성관절염 환자 25명을 대상으로 무릎 지방으로부터 추출한 중간엽 줄기세포를 무릎에 주사한 결과 통증이 시술 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했다. 무릎 기능과 활동지수는 각각 이전 대비 65%, 84% 개선됐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원장은 “시술 전과 시술 1년 후에 촬영한 MRI 사진을 비교해 보면 하얗게 보이던 연골 손상 부분이 어둡게 보이는 것을 관찰했다”며 “연골 손상 부분이 일부 재생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연세사랑병원이 발표한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슬개하 지방체 유래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 논문은 국제과학기술논문인용지수(SCIE) 국제 학술지인 ‘The Knee’에 게재됐다. 연골 손상 환자 본인의 지방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 결과가 논문으로 발표된 첫 사례다.

이 치료법은 인체 내 다양한 조직으로 분화하는 능력을 가진 중간엽 줄기세포를 환자의 무릎 관절 내부 지방에서 추출, 관절염이 있는 무릎에 주사해 연골을 재생시키는 원리다.

최윤진 연세사랑병원 과장은 “지방 전체 세포 수의 20~25%는 연골로 분화하는 능력을 가진 중간엽 줄기세포로 이뤄져 있어 많은 양의 줄기세포를 얻을 수 있다”며 “고령의 퇴행성관절염 환자도 시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시술은 관절내시경으로 손상된 연골 부위를 다듬는 변연절제술을 시행한 후 무릎이나 엉덩이 등에서 지방을 채취, 3~4시간의 분리 과정을 거쳐 얻은 줄기세포를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PRP)과 함께 무릎 관절에 주사기로 주입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고용곤 원장은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에게는 무릎 관절 내 지방체에서 유래한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가 안전하며 통증 감소 및 기능 호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가까운 미래에 줄기세포 치료가 인공관절의 대안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 결과는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논문을 발표한 고용곤 원장팀은 지난 5월 캐나다 몬트리올 학회에 이어 오는 12월 중국 광저우에 초청받아 연구 결과를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내년 3월에는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되는 미국 정형외과학회(AAOS)에서도 발표한다.

고 원장은 “이번 성과는 2004년부터 연골 재생만 연구하는 연구소를 설립해 연구에 매진한 성과”라며 “평균 기대수명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지금, 삶의 질을 좌우하는 관절질환을 조기에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도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