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나는 어쩔 수 없습니다!”

지난 10.26 선거 당시 박원순 시장이 안철수 원장에게 이같은 이메일을 보내며 사실상 양보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시장은 지난해 9월 인터뷰를 통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에 대해, 아무 조건 없이 양보하겠다고 해서 놀랐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이같은 양보는 파격 그 자체였다.

지지율 50%에 육박한 안철수 원장과 5%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논의가 너무도 간단히 끝났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당시 안 원장을 만나 출마 이유와 당선 이후 시정에 대한 포부를 설명했다. 안 원장은 딱 세 마디 “아무런 조건도 없다. 제가 출마 안 하겠다. 방금 말씀하신 대로 꼭 시장이 돼서 그 뜻을 잘 펼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 선거전 안철수에 양보요청하며 보낸 메일 내용은
오는 26일로 서울 시정 1년을 맞은 박원순 시장은 업무상 고충도 토로했다.

오는 26일로 취임 1주년을 맞는 박원순 시장은 “지난 1년이 마치 10년과 같았다”며, “가끔 내가 왜 여기 이 자리에 있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뉴타운’ 문제를 예로 들며, 지난 1년 자신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이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시민들의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즉, “여기 온 처음엔 뉴타운 문제로 시위대가 하루에도 몇 번씩 시청을 다녀갈 정도”였다는 것. 하지만 나름의 비법을 통해 이제는 뉴타운 문제 등 어려운 사업을 해결할 수 있는 가닥을 잡았다고 방송을 통해 자평했다.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한 박 시장은 지난해 서울시장 출마의 결정적 계기가 ‘산신령의 저주’라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서울시장 출마를 고민하며 백두대간 종주를 했던 박 시장. 당시 박 시장은 “비를 피해 들어간 산신각에서 배가 너무 고파 제사상의 떡과 술을 훔쳐 먹었다”며, 그것 때문에 산신령이 저주를 내려서 출마하게 된 것 같다고 말해 촬영장을 웃음 짓게 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 재선 출마 가능성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재선 출마와 관련해 “지금 정책이 더 완성도 있게 정착되려면 한 번 정도는 더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시민들의 마음에 달렸지, 내 마음에 달린 게 아니다”라고도 말해 확정적인 언급은 피했다.

“아무것도 안 한 시장으로 기억되길 원한다”는 말로 커다란 업적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작은 것을 챙기는 시장이 되겠다고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의 남은 임기내 업적에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