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올 들어 실적발표를 하는 날에는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1분기 실적 발표 때도 그랬고, 2분기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지난 2년간의 부진을 털고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찬물을 끼얹었다.

3분기 성적표가 나온 지난 24일. 실적이 공시된 오후 1시께만 해도 LG전자 직원들은 ‘징크스가 계속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이번에는 전 분기들과 달리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넘어서지 못한 터였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실적이 발표된 뒤 주가는 힘을 내더니 상승세로 마감했다. 최근 보름간 10%가량 뛰어 조정받을 시점이었지만, ‘우울한 잔칫날 징크스’를 날려버릴 수 있었다.

휴대폰 효과라는 분석이 주류를 이뤘다. “휴대폰에서는 2분기 연속 적자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을 깨고 흑자로 돌아선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스마트폰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 것은 더욱 고무적이다. LG는 휴대폰 판매량에선 세계 5위 정도지만, 스마트폰만 보면 8위로 뚝 떨어지는 수모를 겪어 왔다.

하지만 3분기에는 7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사상 처음 노키아를 꺾고 스마트폰에서도 ‘빅 5’ 입성을 노리고 있다. 여기에 최고 재무책임자(CFO) 효과까지 작용했다는 평가다. LG전자 CFO인 정도현 부사장은 이날 실적 발표회장에서 “4분기에 피처폰보다 스마트폰을 더 많이 팔고 내년 2분기에는 스마트폰 1000만대 이상을 판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IR에서 구체적인 숫자보다는 “의미있는 수준의 성적을 내겠다”거나, “말이 아닌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등의 두루뭉수리한 표현을 써왔던 그였지만 이번엔 달랐다. 여러 해 동안 정 부사장의 발표를 들어온 LG전자 직원들조차 수치가 너무 구체적이어서 놀랄 정도였다.

정 부사장은 그러면서도 ‘본인이 직접 숙제를 내는’ 화법을 이어갔다. 그는 “이제 제품 경쟁력에선 경쟁사를 앞선다고 생각하지만, LG 스마트폰의 브랜드 인지도는 여전히 열악하다”며 향후 과제를 제시했다.

실적 발표 다음날인 25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주요 임원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그의 화사한 분홍빛 와이셔츠만큼, 점심 자리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는 후문이다. LG의 야심작 ‘옵티머스G’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정인설 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