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조원’. 미국 서부지역의 대표적인 명문대로 꼽히는 스탠퍼드대 출신이 창업한 약 4만개 기업의 연간 매출을 합한 금액이다. 유럽연합(EU) 2위이자 세계 5위 경제 규모를 갖고 있는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액수다.

스탠퍼드대의 허버트 후버 경영대학원 교수와 찰스 이슬리 공과대학원 부교수는 24일(현지시간)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통해 스탠퍼드대가 미친 경제적 영향’이라는 공동 연구보고서에서 지난해 스탠퍼드대 동문이 세운 기업의 매출 합계가 2조7000억달러(약 2979조4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프랑스 GDP 2조7120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세계 경제 규모 15위인 한국 GDP 1조1600억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1930년대부터 스탠퍼드대 졸업자가 세운 기업은 3만9900개에 달한다. 세계 경제 규모 10위인 캐나다의 기업 수와 맞먹는 수치다. 이들 기업이 창출한 일자리는 540만개에 이른다.

세계 최대 검색업체인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 석사 출신이다. PC 및 프린터 제조업체 휴렛팩커드(HP)를 공동 설립한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도 스탠퍼드대를 나왔다. 의류업체 갭의 창업자 도널드 피셔, 스포츠 용품업체 나이키의 공동 창업자 빌 바워먼과 필 나이트,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모터스를 세운 엘론 머스크도 스탠퍼드대를 졸업했다. 이 밖에 스탠퍼드대 동문이 설립한 기업으로는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스, 인터넷 포털업체 야후, 증권사 찰스슈왑 등이 꼽힌다.

스탠퍼드대 출신은 또 빈곤국가 사업자들을 위한 소액금융대출기관 ‘키바(Kiva)’ 등 비영리 단체도 3만개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존 헤네시 스탠퍼드대 총장은 “스탠퍼드대는 연구와 이를 통한 미래 지도자, 기업가 양성 등에서 선구적인 혁신을 이뤄왔다”며 “이 보고서는 우리 교직원과 학생, 동문이 세계 경제와 인류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담당한 이슬리 부교수와 에드 로버츠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비슷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MIT 출신이 창업한 기업의 연간 매출 합계는 2조달러(약 22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