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 3분기(7~9월)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 10% 선을 지켜냈다. 분기별 사상 최고 실적 행진은 멈췄지만 세계 경제 침체로 인한 자동차 수요 위축, 파업에 따른 생산·수출 차질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중국 공장의 실적 호조가 돋보여 성장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발빠르게 현지 공장 신설을 추진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스피드경영과 역발상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분기 실적 선방

현대차는 3분기에 100만748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19조6456억원의 매출과 2조55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5일 발표했다. 영업이익률은 10.5%다. 사상 최고 실적을 거둔 전분기에 비해 매출은 10.5%, 영업이익률은 0.9%포인트 감소했다. 작년 3분기와 비교하면 판매는 0.9%, 매출은 3.6%, 영업이익은 3.1% 늘었다. 내수판매와 수출이 각각 7.8%, 14% 줄어든 가운데 해외공장 생산·판매는 11.1% 증가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은 △판매 318만3516대 △매출 61조7507억원 △영업이익 6조8408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는 7.9%, 매출은 7.8%, 영업이익은 15% 각각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1.1%로 작년 3분기에 비해 0.7%포인트 높아졌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여러 변수가 있지만 올해 판매 목표치인 429만대를 넘길 것으로 본다”며 “지난 7월 가동에 들어간 중국 3공장과 다음달 준공하는 브라질 공장이 판매 확대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서 ‘역발상’ 통했다

현대차 3분기 실적을 보면 중국법인의 실적 호조가 돋보인다. 중국 법인의 3분기 매출액은 3조5240억원으로 전분기(2조8270억원)보다 25%, 전년 동기(3조950억원)에 비해 14% 늘었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4% 늘어난 9조4050억원으로 미국(5조1920억원), 체코(4조660억원), 인도(3조8610억원), 러시아(2조1170억원), 터키(1조1370억원) 등 현대차 해외법인 중 1위다.

중국 판매량이 급증한 것은 수요 위축 우려에도 불구하고 ‘양적 성장’을 밀어붙인 정 회장의 ‘역발상’과 뚝심 덕분이라는 게 자동차업계의 평가다.

정 회장은 “중국 시장을 놓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라며 공장 신설을 적극 추진했다. 현대차는 기존 1·2공장에 이어 지난 7월 중국 3공장 가동에 들어갔고 기아차는 2014년 4월 3공장을 완공한다.

현대차는 현지 진출 10년 만에 연 10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정 회장은 특유의 스피드경영으로 중국 1위인 상하이폭스바겐이 25년 걸린 일을 훨씬 짧은 시간에 이뤄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제때 3공장 건설을 추진하지 않았더라면 시장 점유율이 크게 낮아질 뻔했다”고 말했다.

◆위기에 빛난 정몽구 리더십

정 회장은 그동안 위기에 강한 리더십을 보여줬다. 고비 때마다 예상을 뒤집는 전략을 내놓고 위기를 기회로 바꿔놓았다. 작년에는 미국 판매법인과 딜러들의 공장 신·증설 요구에 대해 “지금은 때가 아니다”고 거부했다. 그해 하반기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유로존 위기 확산으로 세계 자동차 시장이 침체될 조짐을 보이자 이런 목소리는 사라졌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은 신·증설 대신 지난달부터 기존 주·야간 10시간 맞교대를 8시간씩 3교대제로 전환, 24시간 풀가동으로 생산량 확충에 나섰다.

정 회장은 지난 3월 유럽 현장경영에 나서 “불황일수록 위축되지 말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고 지시했다. 경쟁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간 가운데 현대차의 올 1~3분기 유럽시장 판매는 전년 동기보다 11.9% 늘었다.

현대차의 선전은 구조조정에 들어간 다른 업체들과도 대비된다. 미국 포드는 24일(현지시간) 벨기에 헹크 공장과 영국 사우샘프턴 공장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의 푸조 시트로앵그룹(PSA)은 정부에서 3년간 최대 70억유로(약 9990억원)를 지원받기로 했다. 미국 GM은 계열사인 오펠의 독일 보훔 공장을 폐쇄하기 위해 노조와 협의 중이다.

이건호/전예진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