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인수권부사채(BW)에서 주식을 정해진 가격(행사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인 ‘신주인수권’을 분리한 뒤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사고파는 ‘상장 신주인수권’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종목의 경우 행사가격과 상장 신주인수권 거래가격의 합이 현재 주가보다 높아 시세차익이 없는데도 손바뀜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등 ‘묻지마 투자’ 양상을 띠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상장돼 있는 신주인수권 47종의 하루평균 거래량은 지난 6월 65만7311주에서 9월 318만6257주까지 증가했다. 이달에도 지난 24일까지 하루평균 239만269주가 거래됐다. 일부 상장사 대주주의 신주인수권 투자 대박 사례가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이 막연한 기대감에 거래에 나서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주인수권은 행사가격이 일정 기간(보통 3개월) 고정돼 있기 때문에 발행 기업의 주가가 오를수록 시세차익이 커진다.

일부 상장 신주인수권의 경우 행사가격과 거래가격의 합이 주가보다 훨씬 높은데도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STX조선해양 3WR의 경우 행사가격(9730원)과 이날 종가(990원)의 합은 1만720원이고 STX조선해양은 8210원이다. STX조선해양이 1만720원 이상으로 오르지 않는 한 투자자가 이익을 낼 가능성은 낮다. 그런데도 STX조선해양 3WR 거래량은 이날 9만1524주를 기록했다. 웅진에너지 1WR도 이날 종가(233원)와 행사가격(3960원)의 합이 웅진에너지(1930원)보다 두 배 이상 높지만 5만8988주가 거래됐다.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투기적인 거래가 진행되는 것이다. 현재 상장돼 있는 신주인수권 47종 중에서 시세차익이 가능한 것은 세 개뿐이다.

전문가들은 상장 신주인수권 투자 때 손실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