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개월 만에 1100원 밑으로 떨어졌다. 환율 급락에 따라 수출기업 절반 이상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원40전 내린 1098원20전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환율이 1100원 아래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9월9일(1077원30전) 이후 처음이다.

최근 원화값 강세는 미국, 유럽, 일본 중앙은행이 지난달부터 일제히 ‘돈 풀기(양적완화)’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이렇게 풀린 돈 중 일부가 국내 금융시장에 밀려오면서 환율이 하락한 것. 특히 한국은 신흥국 가운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펀더멘털이 탄탄한 데다 국가 신용등급까지 올라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수출기업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수출기업 16곳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2.6%가 최근 환율 하락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기업들도 환율이 1080원 밑으로 떨어지면 채산성 확보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적극적인 환율 방어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환율 급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환율 수준보다는 변동성과 속도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이 지나치게 빨리 떨어지지만 않으면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