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11월6일)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판세는 예측불허.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의 미트 롬니 후보는 오차범위 내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시시각각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은 1~2%포인트 안팎 차로 엎치락뒤치락한다.

워싱턴 정가는 ‘2000년 대선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는 총 유권자 득표 수에서는 민주당 앨 고어 후보에게 53만7179표 뒤졌지만 선거인단에서 4명을 더 확보해 당선됐다. 주별 직접선거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승자독식제(winner takes all)’의 모순이 또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 롬니 우세 vs 경합주 오바마 우세

워싱턴포스트(WP)와 ABC방송이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롬니는 50%의 지지율을 얻어 오바마(47%)를 3%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나흘 전 오바마 49%, 롬니 48%에서 역전된 것이다. 주요 여론조사기관의 지지율을 취합해 매일 평균치를 공개하는 정치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국 지지율은 롬니 47.9%, 오바마 47%이다.

반면 당락을 좌우할 경합주에선 오바마가 우세를 보이고 있다. RCP에 따르면 10개 경합주 중 최대 승부처인 오하이오에선 오바마가 47.9%로, 롬니를 2.1%포인트 앞섰다. 버지니아도 오바마(48.7%)가 롬니(47.3%)보다 우세다. 뉴햄프셔,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아이오와, 네바다 등에서도 오바마가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롬니는 플로리다와 콜로라도에서 리드하고 있다. 허핑턴포스트의 마크 블루멘털 여론조사 담당 수석 에디터는 “롬니가 전국 평균 지지율에서, 오바마는 경합주 평균 지지율에서 각각 우세를 보이고 있어 2000년과 같은 일이 재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3대 경합주와 히스패닉의 표심

오바마는 이날 하루에 플로리다, 버지니아, 일리노이, 오하이오 등 4개 주를 돌며 표밭을 다졌다. 3대 경합주로 꼽히는 오하이오, 플로리다, 버지니아에서는 막판 총력전을 펼쳤다. 롬니 후보도 이날 오하이오주에서 세 차례 유세를 벌였다.

이번 선거는 흑백 인종 대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백인의 롬니 지지율은 60%에 달하고, 흑인의 오바마 지지율은 90%에 육박한다. 그래서 전체 유권자의 10.1%인 히스패닉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초 70%를 웃돌던 히스패닉의 오바마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NBC·WSJ의 조사에서 69%로 떨어진 데 이어 여론조사기관 퍼블릭폴리시폴링(PPP)의 최근 조사에서는 60%를 기록했다. 2008년 대선 때 지지율 67%에도 미치지 못한다. 오바마가 최근 “재임 후 이민개혁법을 가장 먼저 처리하겠다”고 밝힌 것은 플로리다 등 경합주의 히스패닉 표심을 겨냥한 것이다.

○‘큰 정부’와 ‘작은 정부’

이번 선거는 ‘돈의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폭스뉴스는 이날 두 진영이 사용한 선거자금이 20억달러(약 2조2000억원)를 넘었다며 2008년 대선 당시 세운 최고 기록18억달러(약 1조9755억원)를 갈아치웠다고 보도했다. 26일 현재 오바마는 10억7400만달러, 롬니는 10억4000만달러를 각각 선거자금으로 모았다.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는 경제다. 워싱턴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미국은 부자 증세, 정부 지출 확대 등 ‘큰 정부(오바마)’와 세율 인하,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작은 정부(롬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지적한다.

내달 2일 발표되는 10월 실업률도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지난 9월 7.8%로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월간 실업률이 10월에도 8% 이하를 유지할 경우 오바마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