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5시리즈 디젤 세단인 ‘535d’에는 ‘디젤 세단의 끝판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만큼 3.0ℓ 터보엔진에서 뿜어나오는 출력과 토크가 포르쉐 부럽지 않은 주행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도 포르쉐 박스터 한 대를 살 수 있는 9170만원이라는 것이다.

서울과 전라남도 영암을 오가는 총 1000㎞의 구간을 달리며 535d를 시승했다. 장거리 여행에 안성맞춤인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젤모델이라 주유비 부담이 적었고, 5시리즈인 만큼 공간이 여유로웠으며 정숙성과 주행안전성은 운전의 피로를 덜어주었다. 실제 기름이 가득찬 상황에서 시작해 이 구간을 달리는 동안 추가 주유비는 1만원에 불과했다.

535d의 최고출력은 313마력으로 공차중량 1780㎏짜리 차체를 거뜬하게 끌고 갔다. 64.3㎏·m의 높은 토크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5.5초 만에 도달하게 했다. 시속 200㎞도 거뜬하게 올라갔다. 연비에 신경쓰지 않고 마음껏 달렸는데도 실제 주행연비가 11.5㎞/ℓ를 기록했다. 이 차의 복합연비는 14.8㎞/ℓ, 고속도로 연비는 17.1㎞/ℓ, 시내 주행연비는 13.3㎞/ℓ으로 정속주행을 한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수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5시리즈는 패밀리 세단이지만 BMW답게 단단한 하체를 바탕으로 한 스포티한 주행성능이 장점이었다.

하지만 BMW의 ‘ARS(Active Roll Stabilizer)’는 좀 지나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ARS는 5,6,7 시리즈에 내장된 장비로 차량의 서스펜션을 전자제어해 최적화된 댐핑을 유지함으로써 코너링 시 쏠림 현상 등을 완화시켜주는 장치다. 불안정안 노면에서 차가 중심을 잃은 것 같다고 판단될 때 과감하게 개입해서 차를 제어하는 기능이다. 하지만 조금 울퉁불퉁한 노면을 지나가는데도 수시로 개입해 차를 이리저리 움직여 오히려 불안했다.

이를 제외하면 패밀리세단의 실용성과 스포츠카 수준의 고성능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